♡나른한 일상의 하루..

긴 시간을 보내며...

cecil-e 2006. 12. 31. 23:15


..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난 무서움속에서 입술이 하얗게 말랐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려운 밤들이었다내겐...
어제 짐을 싸들고 집으로 와서
나른하게 아주 깊은 잠을 잤다.

..

꿈처럼 지나간 긴 시간들...
분명, 꿈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저...
아픔을 통해 또 다른 기쁨을 안은
... 고마운 시간이었다.

.
.
.


벌써 한 해가 저문다.
12월 첫 날이 시작되면서 수선스럽게 바빴던 날들~
12월은 나의 날들이었는데...
힘겨움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참 고마운 날들이었다.
예기치 못했던 일들속에서 벌어지는 사랑~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어두운 인생의 벼랑에 서서
지금 나의 모습을 보았다.

2006년은 내게 모든 것이 무르익는 시간으로
그렇게 지나갔다.
아픔속에서도 기쁨을 주셨던 그분의 깊은 사랑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느라 참 고단하셨으리라...
힘겨운 고통속에서 단단한 결속으로 묶어주시고
밍밍한 관계를 소중한 의미로 바라보게 하셨다.

연말을 병실에서 보내며
다양한 삶의 풍경을 보여주셨고,
둥그렇다고 여겼던 내 생각들을 바로 잡아주시며
모난 그이와 나의 성격을 소박하게 만들어주셨다.
어제 그이와 퇴원을 하면서
고단한 하루를 웃음으로 채우며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병원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친구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아픔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나누는 사랑의 빛을
체험하며 더불어 사는 기쁨도 내 안에 안고 왔다.
가진 걸 나누어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미사를 드리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 짧은 생활속에서 '인연의 끈'을 엮으면서
건네주고 건네받으며 우리는 참 많이 둥그런 사람이 되었다.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떠돌던 그이를 불러주시고
주어진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은혜로웠는지도...

.
.

새날이 얼마 안남았다.
나를 기억해주고..
함께 걱정해주던 이들..
찾아와 준 고마운 마음들을 통해
나도 그 마음이 되어주어야 함을 알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작은 말 한마디도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인지...
그들을 기억하고 기도안에서 이름을 불러주며
아름답게 참으로 곱게 살아가야 함을...

더 작고,
더 겸손하고,
더 따뜻한 생각들을 채우며
매일을 감사하게 맞기를 새해에도 소망해본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함을...
나의 그분은 내게 알려주셨다.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여!
고마웠던 만큼 아픔도 알게해 준 이 한해여!
잘가라~
더 큰 사랑으로 새날을 맞으리라.
새해에는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날들이길 소원하며...
나는 또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리라... .

.




비둘기 암컷은 수컷한테 그렇게 헌신적이래.
그런데 일찍 죽는단다.
자기도 사랑받고 싶었는데 주기만 하니까
허기 때문에 속병이 든 거지.
사람도 그래.
내가 주는 만큼 사실은 받고 싶은 거야.
그러니 한쪽에서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상대를 죽이는 짓이야.


... / 은희경의'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중에서 -

사랑은 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거기엔 묘한 기다림같은 것이 있습니다.
주는 것 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만분의 일이나마
사랑의 표시를 받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허기인지
목마름인지 모를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면,
사랑을 기꺼이 마구 주고 또 주다가도,
비둘기 암컷처럼 속병이 들기도 하고
이따금 슬퍼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