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을. 그림 / 백중기 어떤 마을 - 도종환 시 / 한보리 곡, 노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 ♡ 동시와 시의 숲... 2017.06.14
봄이 그냥 지나가요 /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 동시와 시의 숲... 2017.04.17
천천히 오는 기다림 아이들 모두 집으로 간 토요일 오후 햇살만 가득 뛰어노는 운동장 내다보며 벗나무 그늘 이어진 둑길을 걸어 은행나무며 살구나무 아래를 지나 네가 오는 모습을 그려보는 게 좋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는 기다림이라 비어 있는 건 모두 부시게 빛이 난다. -- 이응인 ♡ 동시와 시의 숲... 2017.03.05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 ♡ 동시와 시의 숲... 2017.02.13
이 비 그치면... 이 비 그치면 또 어디로 가시려나 대답없이 바라보는 서쪽하늘로 모란이 툭 소리없이 지는데 산길 이백리 첩첩 안개구름에 가려있고 어느 골짝에서 올라오는 목탁 소리인고 추녀 밑에 빗물 듣는 소리 ... 산사문답 / 도종환 ♡ 동시와 시의 숲... 2016.06.15
혼자 사랑 / 도종환 그대의 이름 부르고 싶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을 못하고 달빛너머 그대의 모습만 보네 어쩌면 두고 두고 한번도 말 못하고 가슴에 묻어둘 수도 있겠죠 그러다 슬며시 생각을 .. ♡ 동시와 시의 숲... 2015.08.05
4월에 걸려온 전화...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 동시와 시의 숲... 2014.03.29
꽃 지는 날...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바람 불어 우리 삶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찾아온 것은 다행으로 생각합니다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도종환 ♡ 동시와 시의 숲... 2014.03.17
옷 보다 못이 많았다 / 박준 그해 윤달에도 새 옷 한 벌 해 입지 않았다 주말에는 파주까지 가서 이삿짐을 날랐다 한 동네 안에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의 방에는 옷보다 못이 많았다 처음 집에서는 선풍기를 고쳐주었고 두 번째 집에서는 양장으로 된 책을 한 권 훔쳤다 농을 옮기다 발을 다쳐 약국에 다녀왔다 음력 .. ♡ 동시와 시의 숲... 2014.01.01
그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삶이 참 팍팍하다 여겨질 때, 손님 두어 사람만 와도 신발 벗어두는 곳이 좁아 신발들끼리 엎치락뒤치락 난장판일 때 어린 아들은 떼쓰며 울고 돈은 떨어져 술상 차리기도 곤란해지면 아내는 좀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고 쌀을 안치다가도 파를 다듬다가도 좀더 넓은 평수, 평.. ♡ 동시와 시의 숲...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