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윤달에도 새 옷 한 벌 해 입지 않았다
주말에는 파주까지 가서 이삿짐을 날랐다
한 동네 안에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의 방에는
옷보다 못이 많았다 처음 집에서는 선풍기를 고쳐주었고
두 번째 집에서는 양장으로 된 책을 한 권 훔쳤다
농을 옮기다 발을 다쳐 약국에 다녀왔다
음력 윤삼월이나 윤사월이면 셋방의 셈법이
양력인 것이 새삼 다행스러웠지만
비가 쏟고 오방(五方)이 다 캄캄해지고
신들이 떠난 봄밤이 흔들렸다
저녁에 밥을 한 주걱 더 먹은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새벽이 지나도록 지지 않았다
가슴에 얹혀 있는 일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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