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저녁내내 붙들고 앉아
겨우 한 토막의 장면을 만들어놓고...
또 이렇게 막연히 앉아있는다.
12월이 시작되면서부터
하루를 잡아먹는 이 시간들이
내겐 참 힘겹고 고단하게 찾아왔었다.
유명인도 아닌데 꽉 들어찬 스케줄..
풀리지 않는 일들로 어수선한 채
하루하루를 그렇게 까먹고 있었나부다.
이러다 판공성사도 놓칠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송신부님께로 달려갔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성당에서 만난 친구는 다음에 본다며
뒤로 물러났지만
찝찝한 작은 생각들만이라도
걷어내야 겠기에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다.
...
....
.....
고백소에서 나와
성전 맨 뒷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팔목에 두른 묵주를 꺼내
보속을 하고 성체조배를 통해
마음에 들여놓은 참 평화~
자신을 합리화하고
또 지을 죄들...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미워했었고,
거짓말 했었고,
위에 서려했던 그 모든 것들을...
늘어놓고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전거로 달리며
입벌려 들인 찬 공기속에서
그 분의 숨결을 느꼈다 ~
어제 늦은 밤에
내가 좋아할 만한 곡들을
md에 담았다고 건네준 노래들을
불끈 거실 쇼파에 콩 박혀
스테레오로 귀가 아프도록 듣다가
아침을 위해 쓰러져 잤다.
지금 이 노래를 찾아 듣다보니
내 무거운 생각들이 조금씩 걷어지는 것 같다.
벌써 오후가 더 낮게 내린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아이들 먹거리를 챙겨두고
무거웠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오늘 밤은 즐거운 생각만 하며 많이 웃어야겠다.
정말 그래야 겠다..

내 자신이 싫어지는 때가 이런때다
늘 하던 실수를 늘 하는 내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고 심지어 그것에 뻔뻔해지지도 못할 때
하지만 다음번에 그 순간이 온대도
내가 결국은 그 실수를 또 하고야 말 거라는걸 알 때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결심을 하거나
구호를 한 달쯤 외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거나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늘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의 결점들을 그렇게 보게 될 때
그리고 내가 고작 거기까지의 인간이라는 걸
그래서 또 깨닫게 될 때
....사랑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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