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가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담배 연기 사이로 지난날들이 글썽인다.
그 뿌연 글썽임 속에서 발자국들은
자꾸만 투명해진다. 창유리에 붐빈다.
마음은 또 한 잎, 나뭇잎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면 안 돼, 흔들려서는 안 돼, 라고
나무들은 말한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겨울이 깊은 뒤엔 다시 봄이 돌아올 텐데...
이 하염없는 길 위에서 또 한 잎 마음은
바람에 시달린다. 행여나 못 돌아올까,
길을 잃을까. 너를 아파하면서 나는
미동도 없이 창가에 앉아
미명을 바라본다. 입술 깨물며, 눈물을 누르며
마음으로 네 옷자락이나 부여잡는다.
잠을 어깨에 떠메고 햇살을 기다린다.
.../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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