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하얀 세상을 보다가...

cecil-e 2006. 2. 7. 19:15



지금..
창 가득 저녁 빛이 내려온다.
바닥이 따뜻한 곳에 앉아 하늘을 본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아직 녹지 않고 가만히 자는
지붕위에 하얀눈이 보인다.

.
.
.



아침에...
아이들이 하늘보며 누워
몸도장 박는 걸 훔쳐보면서
창문을 열었었는데..
바람은 그리 차지 않았다.
그 아이들을 오래 내려다 보면서
참 많이 부러웠다.

.
.
오후를 막 넘기며..
쉐타를 두르고 걸었다.
아이들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을
걸으면서 질퍽거리는 아스팔트위를
깨끔발로 통통 뛰었다.

푸근함으로 녹아내릴 눈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하얀 솜바지를 입고 나갔으니...
디카를 꺼내 뽀송한 눈을 담고,
나무의자 위에 앉은 눈 이불..
그 위에...
떨어진 나뭇잎을 얹어 놓으면서
눈장난을 쳤다.

그리고 걷는데...
무언가 자꾸 어수선하고..
스산했다.
서걱서걱 바람이 들어오는 것 처럼
밍밍한 느낌...
필요한 것들을 혼자 사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뿌옇기만 한 하늘이 저녁 무렵에서야
구름이 얼굴을 내밀더니 조금 파래졌는데
이내 어두워졌다.
불빛이 현란하게 유리창에 박혔다.
저녁빛이 내려오는 시간이 좋아
책을 거실에 풀어 놓았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창밖의 풍경만 보았다.

벌써 내일이면 수요일..
우리 수지졸업식이네
내일 수업을 체킹하고,
이 달에 만날 책을 기다리고,
해야 할 일을 메모한다.
조금씩 미루고 또 미루고...
힘을 내야 하는데..
왜요즘 이렇게 무기력한지 모르겠다.

낮에 읽은 '시간이 없는 나라'처럼
하고 싶은 거만 하며 보내고 싶듯이
요즘 내가 자꾸 그러고만 싶으니..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로 묶인 시간이 싫다고 했다.
어떻게 즐거움만 누리고 살겠는가..

.
.

어제 오랜만에 만난 내 친구..
함께 웃고, 함께 수다를 떨었지만...
예전의 그 순수했던 모습은 많이 바래있었다.
그래서인가...
이젠 내가 무엇을 말해 주기도 어색했고,
다르게 사는 모습들,
달콤한 곳에서 두려움도 잊고 보내는 연속된 날들...
진정,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데...
그래도 친구를 이해하려고 했다.
친구랑 헤지고,
상미와 코즈니를 휘휘 돌면서
마음이 좀 좋아졌다.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곳..
행복해지고, 기뻐지기 위해서..
소유하기 위해서,
그것은 정말 필요한 것이구나..싶기도 했고...
상미가 먹고 싶다는 크리스피크림빵을 사들고
돌아온 저녁!
피곤했다.
아침부터 서두른 외출이 신발을 벗으면서
나를 노곤하게 했다.
눈이 감기고, 발이 아프고,
누워있어도 피곤했다.

겉모습만 멀쩡하지
나는 이렇게 늙어가고 있나보다.
그대로 쓰러져 아침까지 달게 자고 만난 하얀 눈!
이제 그쳤고
어둠이 참 빠르게도 찾아왔다.
다시 또 하얀 아침이 빠르게도 올테지...

이제 부시럭 거리며
책을 좀 봐야 겠다.
커피가 맛있는 초저녁!
어둠은 빠르게도 짙어진다.

조금만..
조금만 더...
흰 눈이 더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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