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기도 / 서정주

cecil-e 2006. 1. 6. 01:24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녁 같기도 하옵니다.
주여(이렇게 밖엔 당신을 부를 길이 없습니다)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출처..어디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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