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날이 지났다.
꿈같이 다녀 온 해남!
그 말로만 듣던 땅 끝 마을엘 다녀왔다.
내노라하는 국문학자님들을
가까이서 처음 뵙기도 했고,
고산 문학대상 시상식을 보며
이름만 듣던 시인님들도 뵐 수 있었다.
'갑사로 가는 길'로 교과서에서만 만났던
이상보님이 귀한 '어부사시사'와 '오우가'를
토박이 말로 읊어주시며 설명을 곁들여주셨다.
아련히 알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각인되어 기뻤고,
그로인해 보길도가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그곳은 머물시간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고산이 머물던 녹우당을 찾았고,
코스모스 핀 길을 걷다가
구절초 밭에 들어가 햇살을 안고
사진 한 장 담았다.
담장 사이로 피어오르 던 나팔꽃도 몇장 담고,
비자나무 숲길로 들어가며 함께 한 친구들과
나란히 나란히 손 잡기도 했다.
땅을 보며 고개 수그린 감나무
감따는 아저씨가 밧줄로 내려주시는 감
가을을 가져 갈 수 있어 행복했다.
감 하나 따준 친구는 은행나무를 꼭 안고
은행나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는데...
땅끝마을 해남에서 만난 시비에 적힌
고정희시인의 '해남'을 읽으며
지리산의 봄이 생각나
가슴이 싸아했다.
너무 먼 거리 차속에서
길게 시달려서 그런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씻고
그 이튿날까지 죽은 듯이 잤나부다.
여행의 여독이 가시지 않은 채
이모부 대 수술로 병원에 다녀왔고
그이가 건네 준 상품권으로
상미불러 초밥먹고, 청자켓하나 마련했다.
그렇게 여러 날이 가버렸다.
다시 그 남도의 밥이 그립다.
.
.
어제 걸려 온 젖은 친구 목소리!
너무 힘들다고 울어서 보고싶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힘들 때 나를 부르며 너무한다고,
어쩜 그리 전화도 없냐고,
그럴 수 있냐고 했다.
어느 날인가 친구는 나와 다른 길을 걸었고,
그애에 대한 실망으로 나 혼자 결정하고
그렇게...
내 마음에서 조금씩 지우고 있었는데...
잘못한 거였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안했고 보고싶었다.
오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책 읽고,
아이들 만나고,
숲길을 거닐며,
친구가 생각나 여러 개 문자를 넣었다.
여전히 많이 지쳐있는 글소리...
어떤 상황인지 몰라
'인생은 가까이 들여다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떨어져 보면 희극이다.'
채플린의 말이 떠올라 문자를 날려주고
가을 향기와 녹차 한잔도~

돌아오는 길은 어느 새 어둠이 가득했다.
야채 곱창을 사들고 오면서 예지가 보고싶었다.
곱창먹고 밥까지 볶으면 엄청 잘 먹을 텐데...
감도 저렇게 익었는데 말이지...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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