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가을 그 숲길을 거닐며...

cecil-e 2005. 10. 3. 17:27


지난 주 수요일의 풍경입니다.

그날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속의 '작은 나무'를 만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손에 들고 다니며 가슴이 감동으로 젖었드랬어요.

무사히 일을 다 끝내고 돌아오는 길..
행복해졌습니다.
'그냥 아스팔트로 걸을까?
숲길을 통해 산길을 걸을까?'
망설이다가..
숲을 지나서 집으로 오는 길을 택해봤어요.

'이쪽 숲에서 저쪽 숲으로.. 한 번 걸어보자..
아직 환하니까..무섭진 않겠지..'
그러면서 천천히 숲으로 숲으로 들어갔지요.

바닥엔 벌써 낙엽들이 떨어져 있었고...



몇 발자국 들어서는데 바로 푸르름이 저를 확~안아주데요.
숲길로 들어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두런두런 눈인사 하면서 걸었어요.



저녁 어스름이 빛을 타고 바닥에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었어요.
예쁘게 부서지는 노란 그림자들...
너무 고운 그림이었어요...자연의 그림요.



다시 걷다가 만난 나무의자에 잠시 앉아있는데 저녁 빛이
잎사이로 샤샤샤~ 들어와 노랗게 노랗게 놀더라구요.
정말 예뻐서 한 참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나무 계단이 있는 길을 지나...
흙길을 따라.. 걷고 또 걷고...



걷다가 만난 분꽃과 들꽃...그리고 가을 소국..
들풀 냄새가 싱그럽게 온 몸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군데 군데 쉼을 주는 긴 의자를 다시 만났어요.
길다란 그 의자에 길게 누워 하늘을 보고 싶어서
눈 감고 그대로 누웠어요. 가만히 눈떠서 올려다 본 하늘엔...
음...초록 이파리들이 푸르게 박혀 있었어요.

'너희들 그렇게 오래 있으렴, 그 푸른 빛으로 말야..
조금 더 있다가 가야돼 응?'
제 말하는 작은 소성을 들었나 몰라요.



저쪽 숲과 우리 집쪽으로 건너는 다리를 지나는데..
나무계단 틈새로 삐죽삐죽 얼굴을 내미는 초록 생명의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왜그리 싸아하든지...



수양버들처럼 곱게도 흔들리며 축축 고개를 떨군 싸리나무도 만났어요.
왜 싸리꽃만 보면 이원수님이 생각나는지요.



이쪽 숲에서 제가 사는 숲으로 연결된 다리를 건너는데...



나란히 피어 수줍게 웃고있는 과꽃들...얼마나 곱던지...
울타리 밖 돌틈 사이에도
부끄럽게 고개숙이고 있었지요.



어느 새 어둑어둑 해가 짧아진 저녁...
긴 여름이 끝나서 일까...
6시가 되어가는데 해는 벌써 넘어가고 있었어요.
고요속에 불어오는 바람과 저녁 빛..



홀로 피어있는 나팔꽃도 쓸쓸해 보이고,
담장아래 호박꽃도 싸아해보였어요.


그렇게...
천천히 흙길을 걸어걸어 저쪽 숲에서
제가 머무는 집 가까이 숲으로 넘어왔어요.



내려오는 길에 제가 앉아 쉬던 소나무숲의 돌 의자를 만났지요.
자주 오겠다고 해 놓고, 여름내내 다른이가 머물다 갔을 빈 자리...
그래서인지 조금 쓸쓸해보였어요.
다가가 눈감고 가만히 앉았지요.
귓볼을 타고 흐르는 노래에 젖으면서
집으로 돌아 온 그 길...
아마도 내려놓은 발자국들 사이로 가을이 천천히 따라오고 있을거예요.



아직은 가을이 깊지 않았어요.
참 다행이예요.



초록의 잎들이 좀 더 싱그럽게 놀아달라고...
벌써 이렇게 떨어지면 금방 추워진다고...
당부하면서 집으로 내려왔어요.

.
.

가을이 깊어집니다.
나팔꽃 방에 올리며...



노래는요, 요즘 알게 되어 자꾸자꾸 좋아지는 손지연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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