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숲에서...

cecil-e 2011. 8. 22. 23:47




잊혀진 오래전의 약속
어지러우면 눈을 감으면 안돼
나쁜 기억들이 날 삼켜버릴테니

흩어진 냄새의 흔적
물빛요정들의 푸른춤 속에
흔들리는 불빛
아득한 꿈의 향기

내 맘에 슬픔이 고이고 넘쳐도
내 눈물은 아무맛도 나지 않을거야

보라빛 안개를 거둬
어지러이 얽혀진 나무들에
지워지는 하늘
끝이 없는 오솔길

아무리 험한 길만 찾아 걸어도
내 다리는 아픔을 느끼지 못할거야







.
.
.






여긴
아직도 숲이야
부쩍 자주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다가
나무에 기대서 한참을 울기도 했어
슬퍼서가 아니야
물론,
기뻐서도 아니고
숲속이 이렇게 크고 넓은 줄 몰랐어
내가 살던 곳과 너무 달라서
낯설고 이상했어
여기서 사는 낯선 친구들을 발견하면
무섭고 싫었어
어지러울 만큼 혼란스럽기도 했어.
그냥 잘 모르겠어
그럴 때마다 내가 만난 숲이 이상해서
바보처럼 가만히 있곤 했어
숲을 거닐다 소나기 퍼부으면
달아나지도 못하고 제자리서 함빡 맞아야만 했어
비 맞고 서 있는 내가
축축하고 눅눅해서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어쩔 수 없어
지나가야 하니까
그때마다 내게 속삭여
'괜찮아, 괜찮아, 익숙해질 거야.'
이 숲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숲속 다른 친구들을 제대로 알 수 있거든
이 숲에 들어온 이상,
숲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많이 사랑해보려고
요즘은 생각을 바꿨더니 글쎄
숲에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 바람이 불어
자주자주 요정도 만나고
개구쟁이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도 해
마당을 찾은 거지
향기나는 내 숲속 작은 마당을 말이야
그곳에 숲속 친구들을 초대할 거야
내 맘에 꼭 드는 친구들과 잔치를 벌일거라구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줄거고
내가 들은 그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기도 해야겠지?
그럼 난 숲속에 있던 시간들을 아름답게 추억할테지?
그치?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네
달콤한 꿈처럼 말이지...


그새 8월이 가네..
그리움과 기다림은 여전히 이렇게 가슴을 서걱거리는데
그냥 바람처럼 말이지...
우리 곧 환하게 웃으며 얼굴보자
응?
잘자..
오늘은 네가 더 많이 보고 싶다.


.
.
.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 공지영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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