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눈 내린 날~ 덕수궁엘 갔어..

cecil-e 2009. 1. 19. 12:13








눈이 차 유리창에 소복이 쌓여
한참을 털었다.
우리 동네는 눈이 내리면
산골에 갇히는 기분이다.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포근한 날임에도
즐겁게 매달려 있었다.

친구네 동네가 눈이 쌓여
며칠을 꼼짝 못한다고 했어도
실감 나지 않았는데...
요 며칠은 우리 동네도
그렇게 눈 쌓인 겨울이
여기저기 하얗게 뒹굴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림도구를 싣고
언덕을 살살 올랐다.
마무리 못한 호박과 소국에
색을 입히는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점심을 사준다고~
미술관 데이트를 하자고~
아! 좋아라~

그림 그리고 오후엔
엄마 집에 김치 가지러 가려고 했는데...
얼른 그림 마무리하고
가볍게 입고 덕수궁으로 총총~
며칠째 날이 추워서 그랬나?
다행히 주말이고 방학인데도
북적거리진 않았다.





덕수궁 담벼락 한쪽엔
아직 어딘가에 떠나지 않은 가을도
겨울 속에 남아 있었어


















눈을 좀 밟아봐야지
총총대며 뛰는데
뽀득뽀득 소리는 참 경쾌하기도 했어
이리저리 발장난 치다가
얌전히 섰지~





반가운 장욱진님의 '길 위의 자화상'을 지나 미술관으로~


-전시개념-

건국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하는 '한국 근대미술걸작전-근대를 묻다'는
한국 근대미술을 이끌었던 100명의 거장의
2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격동의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근대인들의 삶과 꿈이 어린것으로,
오늘을 이루는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주제가 있는 전시는

1부-근대인
2부-'근대인의 일상'
3부-'근대의 풍경'
4부-'근대인의 꿈'
5부-특별전 형식인 '근대의 복원'
으로 동관과 서관으로 전시되고 있어
푸짐하게 그림을 볼 수 있었다.

3월 22일까지 전시라니..
평일에 다시 천천히 둘러보고
2월 포럼은
이 전시로 구상을 해야겠다.

박수근, 이중섭, 나혜석, 천경자, 김환기, 김기창, 장욱진,
이응로, 박래현, 오지호, 이대원,박고석, 이달주, 김주경...
익히 듣고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만나지 못했던 작품들도 볼 수 있어 좋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며 달려가 섰던
내가 넘 좋아하는 오지호(1905-1982)님의 '남향집'

오지호님의 대표작인 '남향집'을 보고 있으면
어린시절 고향 친구들이 그립고
그림에 이야기를 달고 싶어진다.

이 집은 작가가 살던 개성집을 그린 것이다.

행복했던 작가의 개성시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상주의적 회화가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나무의 그림자와 돌 축대의 응달 부분을
청색과 보라색으로 처리한 것이나
맑은 공기와 투명한 빛을 느끼게 하는
밝고 명랑한 색조, 자연미의 재인식은
프랑스 인상주의 미학과 공통점을 보인다.





이쾌대 (1913-1965)'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이쾌대님의 작품이 많았다.


자신의 아기를 스케치한 것과
몇컷의 자화상
보일 듯 말 듯하게 바랜 '연서'가
인상깊었다.









우후~
좋아하는 이대원(1921-2005)의 '창변'
가슴이 콩콩 뛰었다.

마침 전시장 밖에 대형그림이 있기에
살짝 들어가 소녀 옆에 섰다.









불빛이 쏟아지는 그림 아래 앉아
탁자를 놓고 차 한잔을 들며 편지를 쓰고 싶었지
제목이 뭐였더라~

다시 가면 도록을 사서 천천히 감상해야지...











박수근(1941-1965)의 '아기 업은 소녀'는 몽실이를 생각하며
아주 정겨웠지...


박고석(1917-2002)의 '범일동 풍경'
이달주(1920-1962)의 '귀로'
또 초라한 집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꼬마 녀석,
저고리 벗은 여인이 책을 펼쳐 읽던 모습,
자수로 표현한 벽난로 앞에서의 불빛은
아주 환상적이어서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불빛 희미한데 총살이 해지던 그 섬뜩한 풍경도
아리아리~ 머릿속을 맴돈다.














총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말의 오후는 뜻밖의 반가운 전화로
맛난 낙지볶음도 먹고 행복한 데이트도 했지~
착한 친구는 많이 수줍어해서 나에게만 셔터를 쿡쿡~
고마운 친구에게 난 동화책을 한 아름 안겨줬어^^

하얀 눈이 있는 겨울 덕수궁
그 시간들은 추억의 빛으로
내 안에 온통 그림이 되었어.

고마운 시간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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