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에
친구랑 점심을 먹는데 첫눈이 내렸다.
창가로 달려가 커튼을 걷고
유리창 밖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커피 향도 그윽하고~
'와! 첫눈이 오는데 뭐해요?'
행복한 문자가 날라오고~
겨울에 태어난 겨울 아이!
그 노래 들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아직은 가을에 머물고 싶은데…
어느새 겨울이 스석거리며 들어오고 있다.
나보다 늦게 온 스테파노가
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건네주었다.
오늘 첫눈도 내리고
보고 싶은 친구랑 샘의 전화도 받았고~
미리 생일 선물 받은 걸로 할까? ^^
어제 신부님이 교정 부탁하시며
오늘 눈이 온다고 했지만,
설마~ 했는데…
정말 맞았다.
어제오늘 이사 올 친구 집에 같이 있느라
내 일이 조금 밀렸지만….
빨리 정리되고 이리로 왔으면 좋겠다.
북경에서 보낸 사진을 꺼내며
포럼 숙제로 본 '영원과 하루'가 떠올랐다.
포럼 전에 다시 한 번 감상해야하는데…
감기에 몸살까지 심한 엄마와
시엄마께 전화를 드리고
달려가 점심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집이 텅~ 비어 걸어서 가는 친구 집에만
잠깐 다녀왔고 내일 수업 가며 들려 보기로 했다.
내리던 눈은 그새 그쳤고
땅은 젖어 있었다.
숲과 하늘이 회색빛이다.
아직은 가을인데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들이
갑자기 찾아온 겨울에 깜짝 놀랐을 거다.
저녁 빛으로 창에 내 그림자가 보인다.
불빛도 하나 둘 켜지고~
저녁이 찾아 온 시간
그냥 이렇게 앉아 있어야겠다.
딸아이들 떨고 들어와 잠에 취해있고
유키녀석도 소파에 누워 코를 곤다.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저녁!
소국향 그윽한 바닥에 앉아 귤 하나 까먹으면서…
오랜만에 누리는 평온함이다.
짜증을 부리던 얼굴의 심퉁이들도 쏙 들어가버렸다.
병원에 다녀오길 잘했지 싶다.
귤이 단 저녁이다.
내 눈에 들인 첫눈 만큼이나--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길 찾아 흐르는 강물처럼
가꾸지 않아도
곧게 크는 숲 속 나무들처럼
오는 이 가는 이 없는 산골짝에
소롯소롯 피는 꽃처럼
당신은 그곳에서
나는 여기서
우리도 그같이 피고 지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