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10월이 간다.

cecil-e 2008. 10. 23. 23:42




오랜만에 빗소리를 들었다.
초록 이파리들의 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너희도 하늘의 비를 기다린 거지?'

.
.


아침 일찍
스테파노와 함께 수지를 공항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서며 기도를 드렸다.
'걱정하지마.
나보다 그분이 더 사랑하시는데 뭐'
큰아이 보낼 때보다는
덜 걱정이 되었지만….
잠깐 다녀오는 거라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내게는 아이처럼 징징 울며
며칠 아팠던 게 마음을 젖게 했다.
우리 애들은 나보다 더 어른 같으니-
늘 미안하다.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가만히 기도해주는 것….
그분은 꼭!
그 기도를 고요하게 들어주시리라
'편하게 잘하고 와
좀 더 다른 세상의 바람을 들이고 오렴.'







10월은…
산국 향기에 푹 젖고 싶었다.

좋은 일, 슬픈 일, 놀라운 일-
겹겹이 펼쳐지고 들려오더니

이렇게

그냥그냥 10월이 간다.

또다시 바빠진 날들로 보낸 시간
눈만 쾡~ 해서
모두 어디 아프냐고 했다.

'가을이잖아
사색 좀 하고 있다고-'
그렇게 주절이며 웃었다.


어젠,
숲에서 여럿이 맛있는 밥을 먹고
함빡 웃었다.
서툴지만 소박한 전시준비로
소국향 나는 안내 글을 드리고
작품들을 사진에 담고
인쇄까지 몇몇이 머리 맞대고
넘기고 나니 선생님이 고맙다.
시간을 내어 도와드렸지만
우리의 일이어서 더 뿌듯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겐 미안하다.
지치고, 힘들고-
이번 주까지는
내 맘대로 방학이고
다음 주엔 더 큰 선물을 건네야겠다.

오후에
내게 이야기 씨를 떨어뜨려 줬던
아나다시아 언니도 꼭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비가 내려서 인지 그분이 초대한 자리는
창가에 노랗게 흔들리는 은행잎만큼이나
따뜻하고 소박했다.

영화포럼에서 '페넬로피'를 보며
수녀님들과 함께 나눈 말씀들-
그분은 향기로운 이야기를
내 마음 밭에 톡톡 떨어뜨려 주셨다.
하루하루 쏟아주시는 은총의 영상들!
내 안에서 잘 익혀지도록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지….


결국은 사랑이다.
나와의 사랑!
당신이 무엇을 날마다 들려주시고
보여주시는 건지 이젠 느낄 수 있다.
또 걸어가며 잠깐 잊겠지만은
노래하며 즐겁게 따라만 가리라.


주님,
당신은 나의 옹기장이십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살펴보시어 아십니다.
제가 앉거나 서거나 당신께서는 아시고
제 생각을 멀리서도 알아채십니다.
제가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당신께서는 헤아리시고
당신께서는 저의 모든 길이 익숙합니다.
정말 말이 제 혀에 오르기도 전에
주님, 이미 당신께서는 모두 아십니다.
제가 새벽놀의 날개를 달아 바다 맨 끝에 자리 잡는다 해도
거기에서도 당신 손이 저를 이끄시고
당신 오른손이 저를 붙잡으십니다.
어둠이 나를 뒤덮고 내 주위의 빛이
밤이 되었으면! 하여도
암흑인 듯 광명인 듯 어둠도
당신께서는 어둡지 않고
밤도 낮처럼 빛납니다.
정녕 당신께서는 제 속을 만드시고
제 어머니 배 속에서 저를 엮으셨습니다.
제가 오묘하게 지어졌으니 당신을 찬송합니다.



...시편 139,1-5,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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