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이
바람이
그리움이
조금 있으면
잎도 뾰족이 올라올 테고
벚꽃 잎도 포실포실 날릴 테지
아!
그럼
여기여기에
몽땅 넣고 다녀야지
봄이어서 좋다.
봄날이어서 참 좋다.
.
.
.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수억 년 쌓인 지층모양
생각은 쌓이고 쌓여
내 머리통은 터질 것만 같다.
생각 사이로
한 마리 나비가 날으고
생각 사이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고
생각 사이로
겨울 들판 비둘기 한 마리 있고
그래서 내 머리통은 깨지지 않았나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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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 박경리

아침
고추밭에 물 주고
배추밭에 물 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 모이 주고 물 갈아 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 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 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새끼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