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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문학을 그리다>는 시인·소설가 42명의 작품을 소재로 화가 33명이 그린 그림을 한데 모았다. 비록 소설의 경우에는 작품 일부만이 책에 수록되었지만, 그림과 작품을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쑬쑬하다.
“말 달렸던 세월 갔다고 끝나지 않는다/다시 말 달릴 세월이 왔다/하루 벌어/하루 먹고 쉬어라/그대 곁에 철쭉꽃도 피어나리라/한숨은 슬픔이 아니다/한숨 내쉬며 쉴 때/때마침 하늘 속 솔개도 뚝 멈춰 쉬고 있다//진짜배기 휴식일진대 그것은 정신의 절정일 것”(고은 <휴식>)
고은 시인의 <휴식>과 짝지어진 작품은 김덕용씨의 <휴명상>이다. 나이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무 위에 금박으로 반가사유상을 그렸다. 휴식 가운데 “다시 말 달릴 세월”을 궁리하는 모습을 두 눈 지긋이 감고 사유에 잠긴 불상으로써 형상화했다. 김덕용씨는 고은 시인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역시 나무 위에 자개혼합기법을 동원한 여인상 <망(望)꽃문>을 내세웠다.
조병연씨는 장지에 황토채색, 숯을 이용해 황석영 소설 <손님>의 어둡고 갑갑한 분위기를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최근 조국 산천의 웅대한 기상을 즐겨 그리고 있는 이종구씨는 푸른색을 주조로 삼은 아크릴릭 회화로 황동규 시 <미시령 큰바람>과 이성부 시 <젊은 그들>을 표현했다. 이형기 시인의 <모래성>과 <희망의 집>을 역시 아크릴릭으로 묘사하면서 누렁이 한 마리씩을 배치한 최석운씨, 김명인 시집 <바닷가의 장례>에 실린 시들을 브론즈 조각으로 옮긴 양화선씨, 김혜순 시 <얼음비단, 얼음아씨>와 문태준 시 <가재미 2> <누가 울고 간다>를 특유의 페미니즘적 터치로 소화한 윤석남씨의 나무-아크릴릭 그림 등도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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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는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34)씨의 첫 단독 저서다. “음악과 가장 가까운 학문이 뭘까 고민하다가 독문과를 택했다”는 지은이가 음악과 문학이 만나 어우러지는 양상을 중심으로 음악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준 칼럼들이 묶였다.
북유럽 신화와 게르만족의 전설을 혼합해서 만든 바그너의 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는 20세기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에게 결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만은 평생 바그너의 작품을 이해와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스위스의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 단편 <트리스탄>에서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키 작은 프리데만 씨>에서는 <로엔그린>을 패러디했다. 자전적 장편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에 ‘어느 가족의 몰락’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신들의 황혼’을 다룬 <니벨룽의 반지>에 이 작품이 예속되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본다. 만의 또 다른 소설 <베네치아에서 죽음>은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를 통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중 아다지에토 악장과 만났다.
발라드와 스케르초에 관한 통찰도 흥미롭다. “문학 형식인 발라드가 궁극적으로 기악으로 발전한 데 비해, 스케르초는 음악 형식이지만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다는 면에서 문학을 지향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폴란드어로 된 오페라를 작곡할 수 없었던 프레데리크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협주곡과 발라드, 스케르초와 같은 형식의 피아노 곡들로써 문학적 표현을 대신했다. 반면,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중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이라는 독립된 장,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중 ‘대심문관’ 장은 이야기의 본 줄기와는 무관하게 삽입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문학적 스케르초에 해당한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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