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어제...그리고 지금...

cecil-e 2006. 7. 4. 12:06



어젠...
여름장마라더니...
담장 옆을 붉히는 능소화도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 낮
햇살만 너풀너풀 공중을 날았다.
후끈대는 공기속에 몸이 끈적거려
현기증나는 눈을 양산속에 내리고 저벅저벅 걸었다.
제대로 다 보지 못한 원고뭉치를 들고
빨강색 블라우스에 빨강 신발을 신고서...
귓가를 타는 노래소리만 기분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했다.
느릿한 노래들을 넘기면서 발장난을 치며
흥겨워할즈음 시내버스는 내 앞에 조용히 섰다.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낮시간이라서그런가 전철도 휑했다.
이럴줄알았으면 무겁더라도
가방속에서 뺐던 책을 다시 넣어 올걸...
부시럭거리며 습관처럼 집어든 핸펀
문자메세지 꾹꾹 누르다 흐~ 한 번 웃고
핸펀은 가방속 깊숙히 들어갔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듣는거...
사람들의 표정도 살피는 거...
그냥 멍청히 있는것도 꽤 괜찮았다.





낡고 허름한 음식점에서 먹은 불낙전골
종이 컵에 나온 커피 그리고 이야기...
자리를 옮긴 그곳도 낡은 찻집이었다.
중년을 넘긴 남자가 원두를 내렸다.
머그잔에 담아주면 좋으련만..
70년대에 나온 금성 에어콘이 구석진 자리에서
쉑쉑대며 바람을 쏟아놓고 있었다.
뭐~ 손님이 아무도 없어 얘기하긴 좋았다.
시간을 내주신 것과 챙겨주시는 마음..
맛있는 이야기 속에서 건진 내 것들..
고맙고 맛있는 시간이었다.





접힌 양산을 들고서 전철로 향할 때
지나는 버스 요란한데...
담벼락아래 나리꽃들은 고요히 서서 저녁을 맞고 있었다.
낮게 불어 온 바람은 바닥에 앉은
할머니 어깨를 지나 나에게로 왔다.
투명한 봉지에 담긴 연둣빛 완두콩을 주워들고
푸대자루속에서 억센 손으로 꺼내 건네는
상추 한봉지도 받아 들고
구겨진 종이 돈을 펼쳐서 드렸다.
흔들리는 전철은 빠르게 우리동네로 왔고
손에 쥔 봉지로 동그라미를 치며 걸어 들어온 내 집..
혼자 집 보느라 꽤나 심심했던지
녀석은 겅중겅중 뛰며 나를 따라다녔다.
상추쌈으로 씹은 저녁
창은 아스라히 저녁을 불러오고 있었다.

밥 한술 뜨며...

문득,

빗소리가 듣고 싶었다..

.
.
.



늦은 밤에..
비엔나에 도착했다는
딸아이랑 영어로 메신저하면서
단어들이 생각안나 고생 좀 하다 터득한 거...
우리 발음으로 영어를 쳤더니
우~~~ 통했다!!
빨리 좀 오지 돈 들어 죽겠는데 말이다...

.
.

얼마나 달게 잤던가
수지가 씻는 욕실 물소리에 깼다.
"밥먹을 래? 빵먹을래?" 했더니
"빵~" 이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토스트기에 빵 두 쪽 넣고
딸기쨈을 발라 토마토와 슬라이스 햄을 얹어
접시에 담아주고 다시 이불속으로...
치릭~ 하는 문소리를 들은 것도 같은데
유키가 짓는 소리에 잠이 깼다.
도시가스 점검!
'아! 벌써 시간이? 이런...'
창 밖은 비가 내렸다.
내려다 보이는 주택 옥상엔 키다리꽃이
허리를 출렁대고 오밀조밀 이름모를 꽃들이
비를 맞아 진한 빛을 냈다.
'향기가 젖었을까? 젖은 꽃잎...만져보고 싶다~'

.
.



오늘은...
종일 빗소리를 들을 수 있겠네
예전에 비가 오면 듣던 노래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한다고 휴가나오면서 사다준 lp판...
거실이 울리게 틀어놓고...
커피도 내리고...
어서 씻어야지...

그리고..
내 나무에 물도 줘야할텐데...

저눔의 비 때문에...
뭐..
할 수 있을까...싶다.

음악을 끌까...

그건..
그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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