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4월속에 3월로 보낸 하루...

cecil-e 2006. 4. 2. 23:08

Spring Sunlight -Tim T. Hoang

일주일을 고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받은 문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바쁨의 연속속에 봄날은 자꾸 간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목련잎이
밤새 비맞아 카핏처럼 떨어져 밟혔다.

어제 수업을 마치고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제비꽃에 포럼 후기를 올리고나니
또 시간이 맥없이 가버렸다.
그이가 틀어놓고 잠들은...
'잊게 해주오~' 노래만
애절하게 밤을 적셨고
나는 모두 잠든 방의 커튼을 젖히고
묵주기도 1단을 바치고 잠들었다.

교중미사를 드리며 판공성사도 보았다.
마음이 참 좋다.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은 모두 주님께
맡겨야 한다. 걱정했던 글도 잘 나왔고..
시장통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봄날이었다.

일요일도 없이 바쁜 그이..
상미에게 오늘 끝나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냥 보내버릴 오후 시간을
인사동 나들이로 채우려고 청소도 빨래도 미뤄두고
수첩과 디카만 가방에 챙기고 달려나갔다.
수지도 데려가고 싶은데 고등학교 들어간 후로
적응하기 힘들어 쩔쩔 맨다.
그저 쉬고 싶단다.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강요배화백의 부드러운
유화를 보며 먼 발치의 바닷가 소리를 듣고 온 듯 하다.
부드러운 빛을 통해 어느정도 제목이 말해주듯
아픔도 잔잔히 스며든 느낌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베이커리에서
빵 한 조각과 커피우유 한 잔마시고
현대 갤러리로 갔다.
뜰의 바람을 동무하고 있는 동안 상미만 들여보내려다
다시 표를 사고 같이 보았다.
그곳에서 고마운 전화 몇 통 받고...
테라스에 앉아 울뻔 했다.
만나고 싶어하는 착한 사람..
내가 그녀에게 오늘 햇살이 되어 줄 수 있었다니...
울컥거리는 마음을 바람에 날리고
돌아오며 기꺼이 시간을 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주님이 내게 주시는 또 다른 축복인것 같았다.

전철을 타기 위해 걷다가
정말 보고 싶었던 김점선님의
그림전을 만났다.
서둘러 가려던 내가 그대로 뛰어 올라갔다.
동생은 누구냐고 물었고..
장욱진을 닮은 그림..했더니..
장욱진은 또 누구냐고...ㅎ
니가 대학생이 맞냐고 아는체도 안했더니
약간 삐쳤었다.
내 안에 충족시키는 행복한 비타민...
장영희씨와 손 잡고 만든 아름다운 책..
그녀가 떠올랐다.
이것도 어쩌면..
나는 집에 조금 늦을 거라는 문자를 넣고
줄을 섰다.
김점선 그녀는 정말 멋졌다.
오늘만 싸인을 해주는데 책장 가득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그려달라는 대로 말이다..얼마나 고맙던지...

주머니에 돈이 더 있었다면..
시간이 더 많이 허락된다면...
나는 아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운 사람들
하나하나 이름을 적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을 것이다.
내 뒤에서 끝이났고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림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스산한 저녁 빛이...
인사동 거리위로 내려 앉고 있었다.
봄날이었던 오늘..
그분으로 인해 나는 참 행복한 아이가 된 하루 였다.
걸어 들어오는 길엔 노란 불꽃들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 하루 반 나절의 쉼을 자리에 내리고
다시 묵상속에서 주님을 만나야 할테지...
꽃과 나무와 새싹이 노란 종이에 가득한
그림들을 보며 '봄날'이라고 써달라고했던 그 시간도
어둠속으로 적셔졌다.
방금전의 그 시간들도 봄날의 오후로
추억이라는 회색줄에 줄을 서고 있다.

짹각짹각...
시간은 자꾸자꾸 간다.
평생을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던 에밀리 디킨스..
그녀가 만났던 3월을 끌어안으며
나는 봄날의 하루를 또 보낸다.

.
.

오늘
바람으로 다녀간 그대..
잘 계셨는지요.
바람은 아직 말이 없지만..
.
.
.

3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님,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 3월 / 에밀리 디킨슨

.
.

오늘

4월속에
노란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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