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어둠이 내린 지금은...

cecil-e 2005. 11. 29. 21:21



아침 창에 부서지는 햇살은 꼭 봄날 같았어
푸실푸실한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바라보았지.
어젠 흐린 회색이었는데...
오늘오전부터 한 낮까지
창에 걸린 노란 빛은 얼마나 따숩던지말야
사람들은 춥다고 했지만...
난, 춥지 않다고 우기고 싶었어.

햇살이 들어오는 창 아래 앉아
커피와 국화 차를 마시며
유년의 기억속에서 오래도록 놀았어
내 유년은 가슴속 그 자리에
연둣빛으로 가득해 ~
뒤란에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아직도 그 공기와 흔적들이 남아 있을까?
그때의 동무들 너무 보고싶어
유리 창 밖 세상만 멀거니 바라보며
바보처럼 히죽웃었어.
참 바보 같이말야...
보고싶다, 웃고 싶다, 그러면서말야...
이야기를 만들다 지우고
지우다 다시 없애고...
시계를 보니 벌서 오후를 달리고 있었어.
책을 챙기고, 하늘색 목도리를 따숩게 감쌌어
분명, 춥다고 했잖아
춥지 않다고 우기며 나가려니까
조금은 걱정이 되는 거야.

그때였어,
벨이 울리고 택배가 온 거야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빨간 머리앤'이 ...
아이처럼 콩콩 거리는 가슴을 어쩌면 좋아~
꽃 그림 가득한 전보도 받았어.
주저 앉아 다시 풀러보고,
예쁘게 책상에 올려놓고,
함박웃음 얼굴에 피우면서
사뿐사뿐 걸어나갔지..
목에 두른 하늘 색 목도리와
빨강 쉐타가 빛을 받아 참 예뻤어
한 동안 들었던 이 노래도
그렁그렁 했는데 오늘은 슬프지 않았어.
언젠가부터 난 빨강색이 좋아졌어
난 블루와 연핑크, 하늘색을 좋아하는데...

아직 몸이 영~개운치 않지만
좀 가벼워진 느낌이야
찰스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한 장도 읽지 못했어
아마 늦은 밤 두 시간 쯤 읽고
아침 내내 읽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풀썩 거리며 풀밭에서 놀았어

시간이 빠르게 지나 걷고 싶었지만
택시를 탔어.
예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휘릭
가버렸고 나는 또 아이가 되었지..
옆에 책을 끼고 걸었는데
이 녀석 학교에서 아직 안 온거야
여유롭게 장도보고, 예지랑 통화도 했어
거리는 온통 어둑어둑 했어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들어온 아까 그 자리는
아직 7시도 안되었는데 깜깜한 한 밤중이었어.
혼자 있다 반기는 유키를 안아주고
불을 켜면서 저녁도 혼자 먹게 되었네
쓸쓸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그런 거 있잖아...
무채색 같은 그런 기분...
그랬어.

거칠어진 얼굴에 오이마스크 붙이고
난 지금 이러구 있어
오늘도 이렇게 가 버렸네~
아까 이 자리엔 햇살이 노랗게 번졌는데..
지금은 온통 어둠이 가득하네..
가슴이 싸아해.
웬지 모르겠어.
그냥 그러네 지금...

수지도 아직이고, 그이도 아직이고..
혼자 있어서 그런가...
누구든 빨리 왔으면 좋겠어지금은...
그냥 쓸쓸해지려하네 이것 참...



기다리는 법은 아는데
다가가는 법을 모른다
사랑하는 법은 아는데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
내마음은 아는데
너마음을 모른다
기다리는 법, 사랑하는 법
내 마음을 아는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 너무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