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백석

cecil-e 2005. 11. 24. 02:03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않은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이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 잠풍 : 잔잔하게 부는 바람
* 달재 : 달째. 달강어. 쑥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길이 30cm가량으로 가늘고 길며, 머리가 모나고 가시가 많음.
* 진장 : 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백석 시인
1912년 평북 정주 출생.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5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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