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청계천에 바람 불던 날...

cecil-e 2005. 11. 5. 17:42

지난 주 월요일
10월의 마지막날 모임이 있었다.
지난 달 포럼과 겹쳐서 결석이라
꼭 참석하라는 전갈을 받고
조금 서둘렀다.

나가면서 예지 핸펀도 해지하고,
'모임하고 청계천을 거닐어 봐야지...' 박물관과
또 하나 볼거리까지 뇌리속에 담고 나갔다.
작은 수첩 가방에 넣고 디카 챙기고...
봐서 시내서 시간이 걸리면 우리 아이 저녁도
못 챙길 것 같아 저녁도 미리 챙겨놓고 나갔다.

밤엔 아가다가 지휘하는 음악회도 가야하는데...
전날 밤에 귀가 쿡쿡 쑤시고 볼까지 아파와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
아침이 괜찮아서 좋아라 하며 가벼운 걸음이로 나갔다.

캐나다 가신 지훈이네와 이사하는 성경이네만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신형이,재현이,세라,찬미...
모두 반갑게 만나 항아리 수제비랑 해물전에 쌈밥..
그리고 오랜만에 떠는 수다와 함께 맛있는 점심으로
배를 불렸다.
내린 차까지 마시고 일어났는데
바람이 제법 불었다.
그래도
청계천을 거닐어 보자며 종로에서 뒷 길로 걸었다.



물이 보였다. 초록이 짙은 물이...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통에 손바닥을 펼쳐
얼굴을 가리고 걸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외관상으로 보여지는 것은
그저 이 북적거리는 거리에 물이 흐른다는 놀라움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물위에 걸친 돌다리를 바라보다가
얼른 내려가 서서 사진 한 장 담았다.
(휴우~사람들이 지나는 통에 눈치보며 얼른 담은..)



햇살에 반짝이며 부서지는 물보라 분수~
물줄기가 나름대로 재주를 부리며 작아지가 커지다 그랬다.
상큼하게 예뻤다.
불어오는 바람이 다시 몸을 움츠리게 했고
나는 쿡쿡 쑤셔오는 귀와 볼땜에 서둘러 박물관이고 뭐고
모두 제자리걸음으로 두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전태일 다리가 보였다.



'그래 저기까지만 걷고 가야겠다...'
북적이는 사람들 통에 한 장만 담고
약국을 찾았다.
약을 짓는데 피곤이 쌓여서 그런다고 했다.
나도 그 증세를 안다.
여러 날 잠도 푹 못자고 지난 달은 여러 행사들을 치뤄냈다.
뿌듯한 반면에 몸이 '아프다아프다' 하는데
이렇게 강행하니 얘내들도 화날 수 밖에...

약을 짓고 그 자리서 쌍화탕이랑 넘기고
비타민도 샀다 .
집까지 오는 버스에 올랐다.
햇살드는 창가에 나른하게 앉았더니
눈꺼풀이 자꾸 내려 앉았다.
볕으로 달궈진 따스한 창에 기대 졸면서 집에 왔다.
'어쩌지 이대로 자고 싶은데...음악회를 어째야 하나...'
그래도 내가 안가면 언니도, 동생도, 못 가게 될텐데...
뜨거운 차 한잔 마시며 그대로 쿠션에 기대 음악을 들었다.
언니도 아프다해서 따끈한 쌍화탕 사들고 달려갔다.
우린 기름넣고 노래들으며 달렸다.
미사리쪽에서 순두부정식을 먹고,
하은이를 만나 음악회에 들어갔다.

.
.
.


아가다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가 달라보였고
자랑스러웠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연주는 웅장했고 가슴이 차분해졌다.

이어서 성가정 가족이 나와 부른 자연스런 노래들은
웃음을 자아냈고 아마추어답게 신선했다.
딱지따먹기에 맞춰 손 발이 같이 놀던 녀석들...
'10월 어느 멋진 날에...'도 감동이었다.



유미자 아네스(성악가,시립대교수,하남오페라단장)의
목소리와 제스춰는 아름다웠다.
불빛을 보며 치켜뜨는 그녀의 눈빛은 사랑스러웠다.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는 다시 듣고 싶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 부른
'나는 황홀한 사랑에 빠져 살고 싶어요.'는
영화속 줄리엣만큼이나 그녀의 노래에 사로잡히게 했다.

인상적이었든 멘트...
우리 모두가 앵콜송을 외칠때 그녀는..
"앵콜 송 불러드릴게요.
대신, 여러분께 부탁이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 저희 어머니를 소개시켜
드리고 싶어요.
항상 공연 할 때마다 너무 연로하셔서
못 오셨거든요.
엄마아~ 일어나세요. 엄마아~
우리 엄마예요." 그 말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큰 박수와 함께 감동의 물결이 일었었다.

그녀의 앵콜송에 이어
'잊혀진 계절'을 함께 부르며 마지막을 장식 한 밤!!
아가다야,
10월의 그 밤 잊지 못할거야~

마련해 놓은 다과와 떡을 먹고
깔깔깔 웃고 다시 집으로~~
하은이를 내려주고
언니랑 난 창문을 열고
'잊혀진 계절'을 불렀다.

소리를 지르며 부르다 그만 차선을 잘 못타서
드라이브 실컷 하며 우린 마주보고 웃었다.
아프긴커녕 씽씽해져 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
11월에 들어왔다.ㅎ
12시가 휘릭~넘어갔으니 말이다.

고맙다 아가다야~
우리 그날, '세빌리아의 이발사'보러 갈지몰라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