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 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 그늘도 가 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란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남니다.
-김용택의 시집 "그대,거침없는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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