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8월이 지나는 자리에...

cecil-e 2005. 9. 1. 08:49


어느 새...
8월이 가고 여름이 지난다.
가기 싫은 앙탈이었을까..
오늘은 유난히 더웠다.
서둘러 쉐타 부터 걸치는 내가
오늘은 반팔을 두르고 맨발로
여름아이처럼 걸었다.

너무 힘들고 지쳤는데...
뇌리 속에 잡힌 가을 계획이
오묘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지고 있어.
감사한다.

아빠와 오전을 언니에게 갔고,
사람들의 삶이 정말 힘겨움을 알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스산한 바람이
숭숭 가슴을 헤집고 들어왔다.

햇살만큼이나 투명한 슬픔이
거리에 떨어지는 오후...
집으로와 가방을 챙겼다.
눈을 찡그리며 다시 걸어나가는 길..
귓속을 타는 노래소리에 경쾌해졌다.
'어둑 해져서야 집으로 돌아가겠구나...
더 줄여야겠다..
내 시간을 내고 조금 덜 쓰고..
나를 다듬자.'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걸었다.

오후 내내 잡힌 수업으로 조금은 힘겨웠다.
오늘밖에 안되는 아이를..
어둑해질 때까지 만나면서
녀석의 어깨를 훔쳐 줬다.
기특하다.
아침부터 나와서 다시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며
가야할 집...
그 녀석보다 내가 얼마나 더 피곤하겠는가...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나는 빛 이여야 한다.
그들과의 관계로 인해 나는 초록 힘을 얻고,
그들에겐 초록보다 더 푸른 꿈을 건네줘야 한다.
풀밭속에 푸르게 햇살받아 잘 자랄 수있는
그런 나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그래서 또 감사했다.
손에 쥔 묵주를 놓지 않고 돌리며
긴 길을 터덜대며 걸어왔다.
아빠의 일...
내 뇌리 속에 정리되는 일들...
그러지 말아야지...하는 여러 생각들...
그렇게 느리게 잡으면서 걸어야지...


푸른 여름이 간다.
뜨거웠고 지쳤던 여름날이 이렇게 간다.
여러 번 울었고, 아팠던 8월이 쿨럭이며 간다.
내 뇌리에 잔상을 내려놓고 뜨겁게 간다.
'아~ 사랑이여...달았던 공기여..
흘리듯 말했던 조각들을 저기 저 바람에
날리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있을 테야~ '

오늘...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들인다.

..


내 안에 너를 채운다
여름이 빠져나간 가슴에
소중하게 너를 담는다

들국화도
푸른 바람도
한 움큼의 햇살도
보내지 못한 편지도 담아


꼭꼭 밀봉하여
기다림이란 이름표를 붙여놓으면
서서히 발효할 내 안의 가을이
향기 좋게 우려진 한 잔의 술이 되어
슬픈 추억도 아름다워진다


... 내안의 가을 /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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