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은 동생 생일이라 요플레 하나 간단히 먹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서둘러 엄마 집엘 갔어
동생과 엄마, 우리 예지랑 점심을 먹기로 했거든.
점심을 푸짐히 먹고 엄마 방에 잠깐 누워
짧은 낮잠을 자고 있었지.
알람처럼 울린 네 전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라 반가웠단다.
사실, 자주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
언니는 많이 삐쳐 있었거든.ㅎ
뜨거운 뙤약볕을 거닐며 오후 수업을 갔단다.
아이들과 수업 후 그날은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었거든.
녀석들이 계속 어디쯤 오느냐고 문자가 왔었어.
박완서님의 단편 '마지막 임금님'을 나누면서
욕심이 부르는 화에 대해 나누면서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이 깨달았단다.
롯데리아로 가서 아이스크림보다는
시원한 팥빙수를 먹고 서둘러
또 다른 아이들 만나러 바삐 움직였어.
내 차를 세워둔 곳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차창에 기대어 요즘 내 컬러링으로 해둔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행복하게 눈을 감고 있었지.
잠깐 달게 자는 잠은 보약처럼 아주 귀했단다.
그리고...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일어났던 하루!
감사기도를 드리며 집으로 왔을 때
반갑게 맞아 주었던 선물!



"어머나 이게 뭐야?"
선물 상자를 열면서 아이처럼 좋아했단다.
오랜만에 받아 보는 손 편지!
기분이 참 묘했어.
'책은 천천히 읽고
옷은 당장 내일 입어야지.'
오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골이 깊어진단다.
언니는 요즘 참 많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이야
언니는 포기가 빠르단다.
특히 사람에 관해서는.
내 느낌이 아니다 싶으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버리는 편이야.
그것도 다 그분의 뜻일 거라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로 내 곁에 남겨지는 사람들이 솎아지고
귀하고 고운 빛의 사람들이 더 깊이 내 안으로 들어왔어.
내 솔직하고 직선적인 면이 때론 네게 상처가 되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란 거 알지?
내가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싫은 소리 안 한단다.
누구보다 나를 많이 알고 있는 너였기에
오픈 하지 않는 네 성향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상황만 보고
판단을 하면서 마음을 조금씩 비우기 시작했는데.
"고맙다. 언니가 실망하지 않게 해줘서."
기분이 아주 맑음으로
이틀을 예쁜 티셔츠에 칠부청바지를 입었어.
오늘은 아침에 빗소리가 들려서
좋아하는 빨간 긴 소매 블라우스를 입었단다.
스테파노가 담주에 좋은 일이 생기면
즐거운 쇼핑을 오랜만에 할까 생각중인데...
그렇게 되면 언니도 고운 선물 준비할게.
잘 자고..
힘내고..
곧 반갑게 얼굴 보고 긴 수다 나누자.

사랑한다.
ps 지금 수지에게 보낼 소포 챙기고
잠깐 앉아 끄적인다.
언제 마음을 이리 내려놓고 갔네~
오늘은 피곤해서 자고
내일 다시 볼게
잘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