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조용한 날..

cecil-e 2007. 10. 2. 00:31




바람이 어느 새 이리 깊숙이 들어 온 거지?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어
춥다고 달팽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는데도
내 몸에서 떠나질 않아.
그렇게 이틀을 꼬박 얘들과 같이 보냈어.
가을이 들어온 자리는 시리고 추웠어.
벌써부터 이럼 안 되는데...
겨우 일어나 꽁꽁 닫은 문을 열고
달콤한 말씀 안에 머물다가 포도 한 송이랑
빨간 사과 와삭 거리며 씹었지
밍밍한 느낌으로 창밖을 보다가
깜박했던 약 한 봉지도 얼굴을 구기며
내 몸에 들이 부었어
그럼 그렇지...
속이 하얗도록 배앓이로 또 고생했지
난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내 몸에도 가을이 온 걸까
요즘 들어 부쩍 모든 게 힘에 겨워
머리를 무겁게 떠다니는 생각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이렇게 고단 할 테지...


.
.
.


흐린 날의 빨래 널기는 정말 스산했어.
회색 가득했는데도 바람이 지나가서 참 다행이야
늦은 오후에 뽀송해진 빨래들을 걷어오면서
종일 참 편안히 보낸 하루에 감사했어.
오랜만에 앉아 바짓단을 줄이고 박음질도 했어
헝겊을 꺼내 인형도 만들고 싶었지만 미뤘어
또 고단해질까 몸을 사린거지.
이렇게 그냥 느슨하게 보내는 날들이
고맙단 생각이 들었어.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했던 날
내가 모두를 기억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를 아는 모두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나 봐
흠흠 그래도 내 친구는 나를 기억했어
우리 엄마도 ..
그냥 그렇게 조용했던 날
바람 스산해 문득문득 그리움이 쿨럭였지만
그냥 가만히 있고 싶었어.
내 안에 들이 찬 가을에 나는 고단한 몸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나 봐


오늘은..
참 조용했어
그래서 이 노래도.
.
이 밍밍하게 읽혀지는 시도
그냥 참 좋네..
음..

.
.
.

잘자...
오늘은 내가 천사가 되어줄게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 조용한 일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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