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년 쯤 되었나 보다.
그 때는 불교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있을 때인데
한번은 경봉 스님 이야기가 나왔다.
참선에 대한 그 스님 말씀이
“야밤 삼경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였다.
말하자면
이 말대로 하면 뭔가 엄청난 것을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그 참 묘한 말씀이구나 하면서
하루는 문득 진짜 야밤에 일어나
대문 빗장을 한번 만져 볼까하고 생각하다가,
에이, 담에 하자하고 자 버렸다.
요즘 늦게 집에 들어가서 그런지
늘 집에 가는 길은 쫓긴다.
이게 뭐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하루는 경봉 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밤도 깊었던 터라 오늘 한번 정말 만져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만져 보았다.
그랬더니 아, 뭔가가 휘번쩍 하고 오는… 것은 아니고,
그러고 있는 시간이 포근해지는 것이었다.
난 왜 이리 매일 쫓기고 살까?
누가 잡으러 오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 여기 밖이나 집안의 방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밖에도 안방과 마찬가지로
편안하고 포근해지는 것이었다.
옛날 아폴로 우주선에 혼자 남은 우주비행사가
외롭기는커녕 한없는 편안함과
사랑 속에 감싸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런 기분 비슷했다.
그래서 난 매일 대문 앞에서
한 참 서 있는 것을 즐기다가 들어 간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과 함께 하는 나의 시간이 되었다.
...박재동 스케치..신문 스크랩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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