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열다가...
문득, 흙길을 걸어 숲으로 가고 싶었다.
햇살도 바람소리도 좋은 그 곳으로 말이다.
훅~ 코를 찌르는 아카시아향과 노랑애기똥풀들~
돌계단과 흙길~
모두...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산골아이 시집 하나 들고
아이에게 숲에서 시를 들려주고 싶었고
시를 쓰게 하고 싶었다.
여러 아이들과 떨어져 나와 단둘이 만나는 아이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문득, 창문을 열다가 숲으로 데려가고 싶어져서
전화를 걸었다.
"주리야, 오늘은 뒷 수업이 없어
오늘 숲으로 가자 놀이터에 있어..내려갈게"
"지금 가는 길이예요. 저는 넘 좋은데...
시간이 되세요?" 하는 아이..
언제나 나를 먼저 챙기는 그 마음이 참 곱다.

크래커 몇 개 가방에 넣고 둘이 걸었다.
"넌 혼자라서 이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잘 안되었어..오늘은 되어서 참 다행이야.."
아이의 얼굴은 환하게 웃음꽃이 피었다.
함께 흙길을 걸어 내가 앉던 그 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눈을 작게 떠서 잎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나보고도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와! 눈부시다~"
우리 둘은 잎사이로 내려온 조각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사르락 ~사르락 ~솨 솨 솨 솨 아~~
바람소리가 옷깃을 스치면서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얇은 하늘색 쉐타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숲은 참 시원했다.
긴 팔을 두르고 가길 잘했다..
별처럼 반짝이는 숲사이로 내려온
동그라미, 뾰족이, 네모난 하늘을 보며
아이는 나무 의자에 엎드려 시를 썼다.
보는대로 느껴지는대로~~


내게 들려주겠다고 내 자리에 앉아 낭독을 했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느낌이 싱그러웠다.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녀석들도 들었나보다..
경쾌하게 깔깔깔 웃는 소리에 깜짝 놀랬다.
참 좋은 오후에...
나는 이렇게 오늘을 익히고 있었다.
아이도..
분명, 푸릇한 녹빛이 물들었을게야~
60페이지에 있는 '몰라도 좋은 일'을
들려주며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가고 싶은 데 걸어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는 일들
일하느라 손을 움직이고
무얼 찾아 책을 펴 드는 일들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몰라요.
아무렇지 않지만
그런 일들이 기적속에서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는 날
세상이 달리 보이는 날.
오늘..
네게도..
아니, 내게도..
세상은 달리 보였어. 그치?
'♡나른한 일상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던 길 멈춰서서.. (0) | 2006.05.22 |
---|---|
오늘..그이랑 꽃시장엘 다녀왔어..그리고... (0) | 2006.05.22 |
숲으로... (0) | 2006.05.17 |
하루.. (0) | 2006.05.14 |
지난 일요일 오후에... (0) | 200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