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의 마취여
오오 난 오늘도 이미지에 취한다
당신이라는 이미지,
황혼이라는 이미지,
창문이라는 이미지,
시간이라는 이미지,
1995년 여름이라는 이미지,
아스팔트에 쏟아지는 햇살이라는 이미지,
난 취한다 도대체 취한다는 건 깨어난다는 뜻이리라
난 길가의 나무에 취하고
상점에 취하고
버스에 취하고
당신의 눈에 취하고
당신과 앉아 있던 일식집 나무 의자에 취하고
이미지가 현실이다
길 위에 텀벙대는 시간에 취하고
길 위의 개미들에 취한다
개미들 속에 흐르는 우주에 취하고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된,
하느님이 우리 집에 보내주신 사랑스런 준이에게 취한다
오늘도 뉘엿뉘엿 지는 저녁 햇살에 취하고
잘못 살아온 내 인생에 취한다
이미지의 마취여 오늘도 난 취한다
... 이승훈
'♡ 동시와 시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0) | 2006.04.29 |
---|---|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0) | 2006.04.20 |
산수유꽃 필 무렵 / 곽재구 (0) | 2006.03.30 |
찔레꽃 사랑... (0) | 2006.03.19 |
당신은 나의 물푸레 나무 ... (0) | 2006.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