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 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의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댄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나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하나씩 부러지는 아픔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 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 이야기 / 도종환

Love is likely to the wind I can't see it but I can feel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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