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내가 가장 아프단다 / 유안진

cecil-e 2005. 9. 7. 21:47


나는 늘 사람이 아팠다
나는 늘 세상이 아팠다
아프고 아파서
X-ray, MRI, 내시경 등등으로 정밀진단을 받았더니


내 안에서도 내 밖에서도 내게는,
나 하나가 너무 크단다, 나 하나가 너무 무겁단다
나는 늘, 내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잘못 아프고 잘못 앓는단다

나말고 나만큼 나를 피멍들게 한 누가 없단다
나말고 나만큼 나를 대적한 누가 없단다
나말고 나만큼 나를 사랑한 누가 없단다
나말고 나만큼 나를 망쳐준 누가 없단다
나말고 나만큼 내 세상을 배반한 누가 없단다


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

유안진 시집『다보탑을 줍다』에서, 창작과비평사

'♡ 동시와 시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피는 날 꽃지는 날 / 구광본  (0) 2005.09.13
귀뚜라미 울고 / 에밀리 디킨슨  (0) 2005.09.08
9월의 편지 / 정재권  (0) 2005.09.07
작은 사람, 권정생 / 임길택  (0) 2005.09.01
그리운 그날..  (0) 200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