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새해엔...

cecil-e 2013. 12. 31. 01:52








12월엔 눈이 자주 내렸어.
설레여서 우산을 받고 달려나갔지.
.
.

시간이 흐르고 새날이 올 때면
습관처럼 깊숙이 내려 두었던 기억의 창고에서
그리움의 조각들을 줍는다.
언젠가부터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느끼고부터
나만의 식별을 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무엇을 위한 거지?
지금 이것이 중요한가?
이것이 무슨 소용이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줍다가
혼자 즐기는 일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드러내기 싫어졌고,
가만히 내 것들에 향기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들.
소리 없는 것들의 울림이 더 크다는 것을
가만히 살피다가 알았다.
잠심속에서 더 환하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햇살처럼 다가왔다.
속살을 벗기면서 보이는 것처럼
그저 가만히 웃어주고,
가만히 감동할 수 있었다.
가슴은 여전히 벅차게 쿨럭였고,
침묵하면서 그냥 그리워하는 것도 꽤 괜찮은 걸 알았다.
새로운 창이 열리고,
나는 예전에 알던 것들을
하나둘 아스라이 내 기억의 창고에 내려놓고,
전혀 다른 모습들을 만나고,
그분의 향기로움에 스며들고 있었다.
돌아 돌아 돌아 온 그 길들
추억은 나를 체화하며 조금씩 일어서라 했다.
늘 기도 안에서 소망했던 것들을
아주 조금씩 다가서는 일.
그건 구석진 모퉁이에서 혼자 피어나는 나팔꽃이었고,
곁에서 같이 노래 부르며 피어나는 분꽃과 백일홍이었다.
일상이 기적임을 알게 되는 일.
소박하게 바라보며 웃어 주는 일.
가슴을 두드리고 지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둘 생각하며 기도하는 일.
더 많이 웃을 수 있다.
날마다 사랑으로 오는 그들이 있고,
사랑이 나로 흐르고 있음에
그렇게 할 것이기에.





새해엔
서너 달을 내 곁에서 꽃을 피우고
아직도 몽울몽울 또 피어나고 있는
내 화분 속 바이올렛처럼
함께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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