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떠나간다.

cecil-e 2013. 1. 4. 00:51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붙잡아 두지 못해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첫눈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종환


'♡ 동시와 시의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례구역의 사랑노래..  (0) 2013.03.14
폭설, 민박, 편지..  (0) 2013.01.27
꽃지는 저녁..  (0) 2012.10.10
산벚꽃..  (0) 2012.08.23
탑과 꽃과 새와 나 / 한보리   (0) 201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