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직 익숙지 않은 거리를
잠깐씩 유키랑 산책했다.
오후도 그렇게
골목을 걷고, 달리고,
그랬다.
낯선 듯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시간이
훅훅 바람처럼 지나가고 있었고,
진작부터 가슴은 단풍들어
떨어졌지만...
젖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가만히 눈을 감고
낮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지는 습관과
오랜 시간의 사랑과 우정이
가슴 한쪽을 시리게 하고
점점 흐릿하게 지워질 때
입술을 깨물며
무채색으로 웃는 버릇도 생겼다.
진작에 그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차랑차랑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가는 동안
내 오랜 그리움도
그렇게 바람으로 지나가는 거였는데...
잠에서 깨어나 귓볼을 타고 흐르는
추억을 동무하고 갈 때
가슴은 한참이나 서걱거리곤 했다.
그때마다
사랑사랑 물소리 나는 것을
출렁이지 않게
마른 침을 삼키며
진정시켜야 했다.

소리내고 싶어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날들..
가끔은 풋사과 깨물듯 그립기도 하다 몹시...
오늘
잠에서 깨어나
삼겹살을 구워 맛있게 배를 채우고
몇 알의 영양제로 몸에 색을 입혔다.
씽씽해졌다.
가벼운 쉐타를 두르기 딱 좋은 날
가방을 메고
푸른 기운을 안고 달려나왔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웃었던 시간
돌아 온 시간을 돌아가면서
난 하얀 언덕에 날리던
봄날의 꽃비를 생각했다.
그때 함께 웃던 그 아이들이 자라난 것처럼
지금 이 모습도
또 사라지고 말 테지...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저 풀숲 밑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워야했다.
하나 둘 생명을 불어 넣어
이젠 풀밭 위에서 맘껏 뛰어 놀라고 노래를 불러줘야겠다.
우리 같이 놀자고...
빼빼로 하나 씩 들고 헤어져 돌아서며
책가방 동시집을 펼쳤다.
가슴에 불쑥불쑥 연둣빛 이파리들이
뾰족뾰족 올라왔다.
아! 싱그러웠다.
행복은 그 순간에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느새 내 얼굴엔 팝콘 튀기듯 벚꽃이 폭 폭 폭
봄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행복했다.
그래 행복이란,
일상에서 일어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것들이잖아
인생은 태어나면서 죽어가기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순간순간 빠져나가는 그 순간을 즐겨야 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닮은 지중해적 삶으로 살아야지..
이 시간은 곧 지나갈 것이고
나는 날마다 감사해야해..
더는 입술을 깨물지 않고
햇살처럼 웃으면서 말이지.
까르페 디엠!
까르페 디엠!!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용한 일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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