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나팔꽃 핀 날..

cecil-e 2010. 11. 3. 11:24




아침 기도를 하고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띠릭~

"괜찮으시면 저랑 아침 산책하실래요?"

생각지도 않은 문자를 받았다.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에
질펀하게 앉았다가 후다닥 씻고
디카를 들고 나갔다.

"카메라는 왜요?"

"아~ 거닐다가 만나는 풍경을 담으려고요."

"어머나, 사진도 공부하셨어요?"

"아니요? 그냥 제 느낌으로 담는 거지요.
행복하잖아요."

"제가 요즘 이상해요. 자꾸 쓸쓸하고..."

내 말에 그녀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바람이 그럭저럭 놀고 있었다.
잠깐 봄날처럼 햇볕이 따스했다.









"어머, 잠깐요.."

달려가 만난 얘들..

서리가 내렸었는데도
분홍빛 얼굴을 하고 화사히 모여 웃고 있었다.

"예쁘다~ "

그녀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가을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아
내가 주로 아이처럼 재갈재갈 ~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

"저랑 산책해주셔서 고마워요.
저 기분 참 좋아졌어요."

그녀에게 두 권의 책을 건네줬다.


.
.






두 번째날

아홉 시 조금 넘어 두 번째 문자를 받았다.
"오늘도 괜찮으시면... 우리 산책해요."

"그래요, 십분 후에 만나요."

하루 데이트로 우린 팔짱을 끼고 다른 길로 걸었다.









흙길에 쓰러진 얘네들, 추워 보였지만 쓸쓸해보이진 않았다.









마을을 돌아서는데 어느 집 담장 위로 키 크게 서 있던 사과나무..

몇 개는 서로 엉겨 뭉그러져 있었다.

'빛을 잃어서 사과인지 몰랐어.'

디카를 꺼내들고 가을 하늘과 함께 담았다.

"사과가 예쁘지도 않은데요..."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가만히 웃었다.

"제 눈엔 예쁜데요. 얘내들 저 만난 거 행복해 할 걸요?

제가 눈 맞추고 가을 하늘과 같이 여기에 담아줬잖아요.

내년엔 더 맛있는 사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아 ----"


그녀가 부끄러운 듯 웃었다.








오후엔..

나는 선물 받은 단감과 커피를 한 잔
그녀는 주전자 가득 허브차를..

그리고 맛있는 이야기들을 곁들인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저 기분 좋아졌어요. 자주 연락해도 되죠?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어디로 가지 마세요."

다행이었다.

'오늘 만날 녀석들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있으라고 해야지..'

녀석들 주려고 사둔 뿌셔뿌셔를 건네주며
"토요일에 수업할게요. 이거 아이들 주세요."

그녀는 혼자 있는 것이 요즘 싫다고 했다.
어둑해지는 저녁..
오늘은 그냥 나도 완전한 휴식이었다.






가슴에 나팔꽃이 환하게 핀 날!


이틀의 산책이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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