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내가
남의 옷 입고 있는 것 같은 생각들 때가 있다.
보고 듣고 먹고 말하는 것 모두
내가 나라고 여겼던 것이 몽땅
남인 것 같을 때가 있다.
나 대신 걷고 있고,
나 대신 먹고 있고,
나 대신 고민하고 있는 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또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느끼며 나는
마치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유리 속의 옷처럼
장식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들 때가 있다.

내 속에 겹쳐 있는 저 많은 나는 누구인가?
쉴 새 없이 소멸하고 생성하는 무수한 시간 중에
내게 허락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인가?
...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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