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안 보려니까 내가 아프다
그냥 그 길만 오고 갔다
길 위 가지만 남은 개죽나무 높고
그 위 섬관처럼 흰 구름 떴다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동백나무 잎만
수북히 내렸다
.. 길 위 / 나기철

녹차 잎을 우려내는 동안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였습니다
작은 봄 잎 같고
잎에 떨어지는 빗물 같은 여자
둥글게 말려있던 그녀가 꼭 쥔
주먹을 펴 나에게 내밀자
내 손은 어느새 늙었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을 해는 금방 남루해졌습니다
차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도
순식간에 저무는 것들
나는 따뜻한 물로 식어버린 찻잎을
한 번 더 우립니다 생각에 잠긴 것처럼
찻잎들이 잠시 일었다가 가라앉는 사이
내 사랑은 한없이 엷어졌습니다
어느덧
물 같은 당신에게 갇혀버렸습니다
...찻잎을 두번 우리다 / 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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