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사는 일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사흘 감기나 앓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앓고 난 뒤에
조금쯤 퀭하니 커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있는 일이
그래도 행복한 거라는 기특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게 감기는 늘 휴가였다.
그렇게 아프면서
뿌리가 영글어가는 식물처럼 키가 자라는 느낌….
이 감기가 지나가면
나는 또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
황주리 / 날씨가 좋아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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