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죽은 내가
이 외로운 땅에 나를 살게 했어요.
어제 버린 꿈이
이 가난한 기쁨을 꽃피우게 했어요.
세상 어디
냉이풀 하나 돋아 꽃피운 것도
당신의 기적이라 믿고 살아요.
쓸쓸한대로 적막한대로
순명을 가르치는 바람에게 나를 맡기고
가진 것 없어 근심도 없어요.
누가 내게 와
장미는 아름답고
백합은 향기롭고
나비는 자유롭다 말해주어도
흙속에 잊혀진
내 뿌리의 향기만을 더해갈 뿐여요.
햇살로 오신 말씀 내게 사랑이 되고
이슬 한 모금으로 온 종일 행복한
나는 그대로 냉이꽃일 뿐이어요.
그리하여 장미의 꽃잎은 시들고
백합향기 가시고
자유롭던 나비의 날개 흙 속에 묻힐 때
아아! 가엾던 내 꽃잎 쓰러져가도 슬퍼하지 않아요.
어느 아침 당신이 밥이 되어 오르시는 가난한 식탁위에
나 뿌리채 향기로운 반찬으로 올려질 날 기다리며
한 점 풀꽃으로 여기 피어 있어요.
... / 오인태

냉이꽃이 피었다 / 성바오로딸수도회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꽃이 피었다
무엇 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꽃이 피었다
쓸데없이 많이 냉이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낫고 나서 냉이꽃이 피었다
너의 집이 보이는 언덕빼기에 냉이꽃이 피었다
문득문득 울고 싶어서 냉이꽃이 피었다
눈물을 참으려다가 냉이꽃이 피었다
너도 없는데 냉이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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