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흐리고 비 내리시던 날에...

cecil-e 2007. 2. 14. 02:25



지루했던 날들이 지나고
봄의 소리가 자박자박 걸어온다.
서툴지만 성가를 들으며
거리를 달릴 수 있고
가고 싶었던 곳을 조심조심 찾으면서
마음이 뿌듯했다.

고통으로 인한 축복은
스테파노의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그분은 내게 보여주셨고
그 작은 변화들이..
참으로 놀랍게 다가온다..

겨울산행을 다녀온 후...
며칠을 아파하면서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통해 내가 얼마나 게을렀는지
많이 반성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죽음의 순간을 보내고 나서야
이렇게 살아 숨쉬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 듯이...
시간은 매번
그분이 나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인데...
그동안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었다.
자주 아프던 친구의 새로운 변화도
내게 행복을 안겨주었다.

친구에게 부탁한 빨간토마토를 가져오면서
가족의 먹거리에 너무 무신경했던 것에 미안했다.
스테파노가 아픈 뒤론 야채위주로 식단이 바뀌었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이 되는 것인데...
맛있고 즐겁게 먹고 힘차게 걷기로 했다.
명절 때 쓸 국거리와 산적 육을 사다두고
산에 자주 가시는 아버님께 드리려고 피칸도 샀다.

오후 내내
꾸적꾸적 비가 내리시는 흐린 날이여서..
. 냉동실에 있는 물오징어를 해동시켜 김치전을
부치려고 했는데 날치알과 새싹을 곁들인 김마끼가
제법 맛있었는지... 아침과 점심은 모두 포식을 했다.
예지가 들고 온 발렌타인 초콜릿 케잌과
과일 아이스크림으로 늦은 밤에 미리 촛불을 끄고
또~
아무래도 두어시간 늦게 자야 할 것 같아
하루를 정리하며 음악을 듣는다.

.
.

압바스 키아로스 타미 감독이
이란 지진 폭발로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아마드 푸르네가 무사한지...
자신의 아들 푸야와 먼지나는 흙길을 따라
코케를 찾아가는 다큐 형식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보았다.

그들의 아픔과 문화를 보면서 지금
내겐 꿈이 있음에 또 감사하고 행복했다.
루히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재앙은 늑대가 양떼를 덮치듯 순간에 닥쳐오지...'
이 말이 정말 실감났던 요즘..
하느님이 참 공평하신 것은
누구에게나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내 삶의 평가..

어제 말씀을 들으며...
성호경을 그으며 그분의 응답을 기다리지 않았는데
그분안에 내가 현존함을 의식하며 부르고
내가 바라는 것보다 ..
그분이 무엇을 바라시는지에 대해 여쭤보라 하셨다.
그분이 바라시는 기도는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바라는 청원과 감사만 했었는데...
이젠 좀 더 성숙한 기도를 해야함도 알게 되었다.

압바스~ 작품을 보면서
엔딩에서 아마드 푸르네의 얼굴을 보지 못해
좀 아쉬웠는데 먼지를 내며 달려가는 노란 차를 통해
그 아이가 살아있음에 엔딩후의
상상력이 나를 웃을 수 있게 했다.

생생한 사진과 지도를 통한 세계 어린이들의
학교 이야기는 영화와 맞물려서 좋은 공부가 되었다.
다양한 세계 아이들의 학교 풍경은
놀랍도록 열악한 곳이 많아 안타깝기도 했다.

.
.

오후 느즈막히
친구가 보내 준 녹찻잎에 물을 부어
홀짝홀짝 마시면서
노베르또신부님의 '무지개원리' 강의와 오려놓은 신문 읽기, 가계부정리..
내일 수업자료까지 정리하고나니
어느 새 어둠이 까맣게 와 있었다.

비가 그치면 좀 걷고 싶었는데...
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아픈 종아리를 맛사지해주며
절뚝 거렸지만 그래도 많이 풀려 다행이었다.

.
.

벌써...
펼쳐진 성경을 덮고 아침 기도를 하고
이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오늘은...
오후 내내 쉬었던 만큼 바빠야 하는 날
아침 미사를 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어제를 잘 살았음에 감사한다.

또 ...
고운 하루로 오늘을
햇살처럼 만나지길 바라며...





네가 내 옆에 있다면
나는 글씨를 왼손으로 쓸꺼야
문도 왼손으로 열고
숟가락질도 왼손으로 할꺼야
그림을 그릴때도 왼손으로 그리고
세수를 할때도 왼손으로 할꺼야

내 오른손으로는
네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하니까
...

인생은...
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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