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감기..그리고 슬픔...

cecil-e 2006. 11. 9. 16:06



이토록 밝은 햇빛 아래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너 뿐이다.
꽃아,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늘같이 눈부신 봄날엔
차마 그를
치어다볼 수 없구나.
봄이란
꽃잎으로 질 수 있는 자만이
갖는 것,
아무래도 아무래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나는
푸르디 푸른 이 봄날을
꽃 그늘 어리는 방안에 누워
감기만 앓고 있을 뿐이다.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은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렵혀진 대기, 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神)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르게 닦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눈이 흐린 나는
확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이제
하나의 슬픔을 가져야겠다.


...오세영




비 내리시던 월요일...
문배마을 가는 산길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바람이 숲에 깃들어 새들의 깊은 잠 깨워놓듯이
그대 어이 산에 들어 온 몸으로 우는가

새들이 바람 그치면 다시 고요한 가지로 깃들듯
그대 이젠 울지 마소 편안히 내 어깨에 기대소

바람이 숲에 깃들어 솔향 가득 머금고 돌아가듯이
그대 산에 들어 푸르러지는가

구름이 산에 들어서 비를 뿌리고 가벼워지듯이
그대 근심 두고 가소 깃털처럼 가벼워지소


... 한보리 시. 곡 / 허설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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