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 동화 개강하고
뒷풀이 자리에서 점심만 먹고 경숙씨랑 슬쩍 빠져
현대 갤러리로 달려갔다.
천경자! 그녀의 작품은 내겐 너무 강해서
그다지 애착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친구가 들려주는 그녀의 삶을 듣고
그녀의 작품을 보는 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게 왔다.
낮달이 조금 걸려 봄 기운이 완연한
경복궁 담벼락을 바라보며 눈부신 사진 한 장씩박고
찬찬히 친구와 작품감상을 했다.
글을 쓰는 친구라 그런지 또 다른 느낌으로
우리의 얘기는 서로의 느낌을 나누며 진지했고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그런지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흰벽에 씌여진 조각단어들...
상처,슬픔,고독,추억,열정,희망...
그녀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는 이유...
먼로의 머그잔과 강한 문양의 한복
조용필과 담소를 나누던 사진 한 장
바닷가 조가비들...
그녀가 그려내는 뱀이 상처와 슬픔이라면
머리위에 꽃은 화려한 겉모습이었다.
연필 드로잉과 스케치..
수없이 연습했던 꽃잎들...
그녀의 소장품인 다양한 헝겊인형들..
그녀의 내음이 뭍어있는 추억들을 보며
멀리했던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작품속엔 그녀의 자화상이
투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낮 두 시간의 그림여행은 봄날의 싱그러움이었다.
경숙씨랑 쌤, 안순언니를 모두랑에서 다시 만나
레몬에이드 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나는 서둘러 일어나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겨울을 지나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
겨울에 미처 마치지 못했던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마저 수업하고 즐겁게 토론했다.
한 학년 오른 모습이 부쩍 커 보였다.
과자 하나씩 들려주고 돌아오며
이주헌의 풍경화 읽기를 전철속에서 다 읽었다.
아침에 모네의 포플러나무를 만나 연둣빛이었듯이
하루종일 그림속에서 그림처럼 보낸 날들이었다.
무거운 책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하루를
꽉 차게 보내어 뿌듯했다.
천경자!
뇌일혈로 쓰러져 기억이 희미해진 그녀가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만날 수 있었음... 바래본다.
'♡ 함께 보고,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0) | 2006.03.22 |
---|---|
러브레터.. (0) | 2006.03.15 |
아침에 만난 모네의 포플러나무~ (0) | 2006.03.10 |
그게 그런거군요... (0) | 2006.03.09 |
살아 있다는 것.. (0) | 200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