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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하늘이 반짝일 거야...

cecil-e 2005. 5. 9. 03:10


<꽃이진다, 꽃이핀다>중에서...
-내일은 하늘이 반짝일 거야(89~91p)-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어쩌면 도라지꽃은
별처럼 그렇게 총총히도 피어 있는 것인가.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도라지꽃을 볼 때마다 시인 백석의 눈물나는
애잔한 시 `여승`이 생각난다.

꽃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평화를 주기 위해
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날에는 꽃을
대하는 일이 기쁨과 안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게 된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마당 앞 감나무 그늘
아래 노랑원추리꽃은 햇빛을 보는 시간이
적어서인지 오후 늦은 무렵에야 꽃잎을 열어
밤을 꼬박 새우다가 아침이면 지고 만다.
저 꽃들이야 다시 내년을 기약하겠지만 우리
사전엔 내일이 없다는 하루살이의 삶처럼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힘겨운 삶들이 우리
곁엔 들꽃처럼 가득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삶을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오고 가며 스치는 생명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기쁨의 활력을 주며 위안이 되는가 아니면
피곤함을 불러일으키며 짜증이 나는 존재인가
미처 생각하지 않고 울컥 내뱉은 말 한마디에
깊은 못이 박혀 신음하고 있는 내 이웃은 없는가
...... (중략) .........

눅눅한 방바닥에 몸을 눕힌다. 방 안 가득
밀려오는 개울 물소리가 잠시 몸을 맑게 한다.
한때 나도 누군가의 삶 속에 저 청량한 개울물
소리로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문득, 문밖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참 맑기도 하다 별빛 푸르른 밤.
내일은 이부자리도 고실고실 말리고 음..
돗자리도 죽부인도 그래,
"내일은 하늘이 반짝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