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10월의 멋진 어느 날에~~(1)

cecil-e 2006. 10. 9. 17:00



추석날 오후에 차례지내고 집으로 와서요.
낮잠을 좀 잘까 했어요.
그런데 그때 언니가 자전거로 새남터 성지를 다녀오자는 거예요.
거기까지 갈 자신은 없고 코스모스나 보고싶다고 했드니
빨랑 오라잖아요.
그래서 츄리닝 입은채로 모자만 쓰고 달려갔드니만...

기도회 안나형님과 자전거대회 나가는 사람들처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겁니다..
맨발에 디카만 달랑 들고 호두만 조금 넣고 갔는데...이거 원..
암튼, 가는데까지 가보자 싶어 기냥~ 따라갔지요.

어마나~ 코스모스가 너무 예쁘게 피어있는 거예요~

이 길로 쭈욱 달리면 한강이 나온다는데..
뭐 30분이면 간다나요~ㅎ
그말에 폭~속아...달렸지요..

제 키보다 더 큰 칸나와 해바라기꽃길이
양갈래로 펼쳐지는데 그저 좋더라구요~
글쎄 메밀밭도 기가 막히게 꾸며져 있더라고요.
'돌아오면서 사진 좀 담아야지...'
그러고 기냥 달렸지요~




그런데요, 코스모스가 얼마나 예쁘던지
아무래도 여긴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요.^^





안되겠다 싶어 제가 먼저 냅다 뛰어 들어가 소녀처럼..ㅎ





회장님도 언니도~ 겅중겅중~ 얘들이 따로 없었지요~ㅎ





한참을 달리다 살곶이 다리를 만났어요.
매번 멀리서 지나치기만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잠시 내려 조선시대속으로 들어갔지요..

이 다리는요..
태종 (이방원)이 왕권쟁탈을 위해 동생들을 죽이자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함흥으로 가서 살았데요.
태종이 부디 궁월로 돌아오시라고 사신을 보내면
그때마다 사신을 죽이거나 가두고 보내지 않아
함흥차사 라는 말이 이때 생겼구요.

그러다 태조가 한양으로 올때 태종이 마중을 나왔는데
신하가 태종에게 아무래도 불안하여 차양을 친 가운데
커다란 나무기둥을 하나 세우라고 했데요.

걱정했던대로 태조는 태종을 보자 갑자기 활을 집어들고
태종을 향해 쐈는데 태종은 얼른 나무기둥뒤로 몸을 숨겼고
화살은 나무기둥에 박혔데요.
화살이 나무기둥에 박힌곳이라 하여 살곶이 벌이라고 불렸데요.

정종과 태종의 잦은 행차 때문에 세종 2년 5월에
처음 만들기 시작했으나 태종이 죽자 왕의 행차가
거의 없어 중단되었다가 백성들 때문에 필요성이 제기되어
성종때 다시 시작하여 성종 14년에 완성되었다고해요.





살곶이다리를 지나는 순종장례행렬..
(다음에 그 시대의 자료가 있어 다행..)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쌩쌩 햇살을 안고 한남대교까징 온겁니다요.
우와~ 다리가 뻐근~~ 근데 기분은 왜이리 좋은건지...
마치 대회에서 일등한 것처럼..꽤 뿌듯한 느낌이 드는 거 있죠~
언니가요. 저 보고 "잘왔지? 정말 기가 막히지?" 계속 그러는거 있죠..
"웅~ 넘~ 넘 좋다~언니야~~" 저도 신나서 맞장구를 쳤지요.


그리고..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세대를 묶어두고..
돗자리 폈지요. 가방속 음식들을 이것저것 꺼내니
햐!! 푸짐한 추석소풍~ㅎ
성가도 부르고 한 시간 넘게 놀다가 어두워지려 할 때
아! 메밀 밭...사진 담아야 하는뎅~~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어요..





서둘러 달렸지만 어머나 ~ 달빛이 벌써 노랗게 내려오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억새 위로 노랗게 웃는 달님을 찰칵~
그 아래로 전철도 지나고 있었는데 그풍경이 참 예뻤어요..
그런데...요렇게 달님이 작을줄이야~

컴컴해진 길을 되돌아오며 가로등 불빛아래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그 메밀밭을 지나며..다시 날잡아 가야겠다...했지요.
집으로집으로..달리면서 생각했어요.
'아! 오늘은 정말~
'추석날 보낸 10월의 아주 멋진 오후 였어~'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