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아침형 인간이 되기란...
cecil-e
2006. 8. 31. 12:18

오래도록 야행성으로 살았던 내게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느라
아침이 무거운 요즘
일찍 일어난 탓에 일은 더 많아졌다.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나가는 아침 산책
청소 후 책 몇줄이라도 읽고 안 먹던 아침을 먹고
자전거로 달려 성당가는 일들이 아침형 인간들에겐
신선하고 뿌듯한 하루의 시작일게다.
허나, 내겐 오래도록
늦은 밤 서너시까지 부시럭대며
궁상떨던 일들을 덮어두고 아침에 하려니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개학을 하면서...
나의 일은 오후가 되어 여유가 생겼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아침형 인간이 되어 바빠졌다.
이른 여섯시 전에 모두 기상해야하니
늦게 잠들어야 1시다.
엄마인 내가 이불속에서 잘수만은 없지 않는가
저녁에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두고자니
아침이 그리 복잡하진 않다.
..
모두 7시전에 나가버리고
나와 유키녀석만 덩그러니 남았다.
펼쳐진 꽃이불이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지만
부지런한 가족들에게 미안해 잠들었던 시간을
손가락을 곱으며 계산해봤다.
'5시간 반은 잤는데...'
최소한 8시간은 자줘야 몸이 개운하고
정신이 맑은데 6시간으로 줄였더니.. 에효~
무조건 엠피를 꽂고 산으로 나갔다.
'어머나~
이 무신...부지런한 사람들이 왜이리 많은거야~'
깜짝 놀랐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나팔꽃무리들...
여기저기 부딪힐만큼 빠르게 걷고 있는 사람들..
난 경이로운 눈길로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걸었다.
산위의 운동장엔 체조가 한창이었다.
'음머~ 이거이거~~원.. '
이렇게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숲길을 빠르게 걸었다.
경쾌한 음악으로 바꾸고 길가에 피어있는
과꽃과 분꽃에게도 눈맞추며...
땀이 흥건히 목줄을 타고
온 몸으로 곰실대며 흘러내렸다.
그래도 무겁고 귀찮았지만...입을 크게 벌려
바람을 들이고 노래를 불렀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뭐든 힘들지 않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안일하게 얻으려고만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몸도 귀찮게 해야 건강하다고 했는데 말이지..
..
9월이 오기전에...
수첩에 적어 둔 나와의 약속을
아직은 잘 지키고 있는데...
언제 제자리 걸음으로 될지 그건 아직 모르겠다.
휴~
..
아침미사를 드리고 서둘러 나오다가
마당에서 신부님께 들켰다.
많이 부족한 내게 신부님이 하시는 일을
도와달라고 찾아와 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바쁜 일 얼른 끝내놓고 찾아 뵙겠다고...말씀드리고
자전거로 달리면서 주님께도 죄송하고 미안했다.
'그동안의 일로 좀 봐주십사...' 기도하면서
집으로 들어오는데 유키 소리가 컹컹 댔다.
녀석이 혼자 방에 들어갔다가
바람에 문이 닫혀 계속 짖고 있었던 모양이다.
'으~ 빨리 왔으니 망정이지...'
문을 열어주고 뼈다귀하나 던져주니 겅중거리며 신났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날린다.
커피를 내리며..
오늘을 시작해야겠다..
이러다보면 이것이 또 익숙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