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잘려지는 생각들...

cecil-e 2006. 6. 29. 01:22



여러 날이 바쁘게 흐르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 묵상을 들으며 물말아 밥을 넘기며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가까운 것들에 무심했던 나를 돌아보고
해야 할 것들을 먼저 서두르기도 하면서...

묵상은 고요히 잠자던 나를 깨우고
평화를 들여놓았다.
요즘 왜 이리 배앓이를 하는지...
먹는 것도 겁이 나고 현기증이 난다.
시엄마가 챙겨주신 한약 소화제를
입속으로 털어넣고 책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오후 수업이 계속있어
가방을 챙겨두고 황선미님의 동화창작을 읽었다.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다시 짚어져서
밑줄을 긋고 싶었는데 빌린 거라 수첩에 메모를 했다.
신부님 강론중에 주석을 달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들으며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대단해야 할까' 싶었다.
인간의 능력엔 한계가 있다.
그분과 함께여야 그 울림으로 써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혼자의 힘으로는 잠시 반짝이는 것이 될거라고...

어제 언니가 초대한 기도회 자리에
저녁 늦게 엘리사벳이랑 다녀오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분안에 머물때는 정말 평화롭다.
한동안 매일 그분의 숨속에서 행복했는데...
그분을 잊고 다른 생각들을 채우며 아파한 날들이
바람처럼 지나갔고, 이제는 솔풍이 천천히 부는 것 같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비우고..
이러한 것들이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주나보다.
머뭇거리는 것들이 정지되기도 하니 말이다.

.
.

생각을 하고, 나를 채우면서 사람들을 본다.
멈춰서서 좀 더 내 자신을 천천히 바라보려 노력도 해본다.
열정이 옅어지는 만큼...
아련히 그 열정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내겐 그러한 것들이 말 할 수 없는 기쁨으로
하루를 다르게 만나게 했는데...
평화를 들이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변화는 잠시 스쳐지나는 미풍처럼
밍밍하게 그냥 불다가 맥없이 정지된다.
그러한 것들은 이젠 내게 더이상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윗 단계일텐데...
내게 불어오는 밍밍한 바람은 그저 무상하니..
이해는 되지만 이해하기 싫은 것처럼 열정이 잘려져 나간다.
떼각떼각...

가끔 그러한 것들로 인해
가슴에 물이 찬다.

...

그러다 멈추면 어쩌지... 싶기도 하고..

.
.


추억이란 건 참 그렇다..
이동하며 잊고 있던 노래가 귓볼을 스칠 때
한동안 연락두절이던 친구가 떠올랐다.
갑자기 안부가 그리웠지만...
그렇게 혼자 웃고 보내버리는 바람도
친구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을거야...
괜한 희망으로 물살이 일면 안되지..
거니는 곳곳마다 뜨거운 햇살이 몸을 끈적거렸다.
여름이 고운 추억과 함께 또 하루를 익히며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
.

저녁 빛으로 양산을 접고 집으로 걸으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수지는 대강 먹었다며 공부중이고
예지성적표가 영국에서 집으로 왔다.
모두 베리 굿 패스다.
기특하다..
넉넉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프라하에서 잘 보내고
오스트레일리아와 프랑스를 거쳐
7월이 다 갈즈음에야 돌아올테지...
아프다고 하니까...
오늘은 걷다가도 많이 보고싶었다.

.
.
.

바람도 없는 밤..

이 노래가





스석거린다.

..



하루가 갔다.
내게...
아무 바람도 불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