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미루나무를 보며..

cecil-e 2006. 6. 1. 01:46


미루나무 이파리에는
음악이 흘러요.

우리가 잘 모르는 일상의
햇빛과 바람들의 그림자가 숨다가 나오다가
한 소절식 악장(樂)으로 남는
비밀의 문 열고 들어가면
파란 심장의 나라,
그것은 분명 이승의 가장 밝은
물살로 여울지는 곳

춘향이가 살아서 유린당한 옥중사연과
직녀가 하늘에서 뿌린 눈물범벅까지
노래되어 되살아 나는
수, 수만의 이파리가
햇빛 나고 바람 불면
반짝반짝 비쳐옵니다

반은 기쁨으로 또 반은 슬픔으로
비쳐오는 그
미루나무 밑에 오면
어지러워요.

새로 마음 가다듬고 우러르면
우리의 언약이나 비밀 같은 것도
이 미루나무에 와서는
물 푸는 소리 나는 두레박이 되어
철철 흘러넘쳐요.

생활의 참과 거짓 그 모두가
깨끗이 분별되어
날개치며 비쳐와요.


-詩 서지월, 미루나무를 보며..


Jeanette Alexander / Common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