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와 시의 숲...

장미꽃 내음이 바람에 실려..

cecil-e 2006. 5. 10. 11:58



어느 구멍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가 잠시후면 나오게 될
문을 주시하고
앉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문을 통해 나오는데
그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하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아이스크림을 아끼느라고
핥고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학원의 문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드나들던
문이기도 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맨 마지막으로 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휴지통에 던지고
그의 뒤를
살금 살금 따랐다

몇번의 심호흡과 함께
입속으로 수차례
연습하던 말로
등 뒤에서 그를 불렀다

나는 반가움에 들떠서
토끼처럼 깡충거렸고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언제나 처럼
빙긋 웃어 주었다

말이 필요치 않았다
아니 그건 핑계일 뿐
나는 그의 앞에 서면
실어증 환자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디선가
장미꽃 내음이
바람에 가득
실려오고 있었다

... / 김미선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는데
띠링~ 소리가 났어.
비가 촉촉히 내린다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기분좋은 비라고...
봄비..
아직 봄비인거 맞지?
어제 더워서 긴 팔을 두르고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말야
여름이라고 30도가 넘었다고하지만..
내게 아직은 봄이야..
첨으로 봄나들이 다녀왔는데
꽃보러 나무보러 숲으로 가야하는데
여름이 달려오면 안되지..

잠옷바람으로 일어나 창문을 열었어
흐리지 않았더라구
'어? 비는 무슨 비...'했더니
사람들이 우산을 받고
환한 세상속에 젖은 땅을 딛고 있었어.
'음..꽃들이 또 떨어지겠구나..
흐리기만 하지...
아이들과 숲에서
오후를 보낼 수 있게...
비내리는 날은 흐림이 좋은데...'
어느 시인이 봄꽃들에게 그랬지
겨우 사나흘만 버티고 파업끝내는거냐고..

꽃들이 지고, 꽃들이 피고..
연녹색 아기순이 비 맞아
아마 또랑또랑 더 예뻐질거야

진한 빛으로 물드는 오월..
초록의 오월이 되면
꼭 이 노래 듣고 싶어지더라구~
냉장고 서랍을 가득채운 토마토
음.. 토마토내음이 내 안에
들어와 아침이 맛있어..
내 몸도 참 좋아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