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사월에 떠나는 진달래 소풍..

cecil-e 2006. 4. 29. 14:29



낮 바람이 좋아 아파트 담장을 거닐었습니다.
그때 바람에 떨어지는 개나리 꽃잎을 보며
매년 이맘때쯤이면 고향 앞산에 가고 싶다고
전화하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풀섶을 헤치며 들을 따라 걷고
흙밭에 앉아 바구니 가득 냉이랑 달래를 캐고,
저녁연기 뽀얗게 올라올 때까지
뒷동산에서 뛰어놀던 그 어린 날의 친구가 말입니다.
서둘러 들어와 이번 봄엔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엔말야 꼭 봄이 가기 전에 밥 싸갖고 진달래 보러 가자 응?”
“정말이지? 올봄엔 꼭 가는 거다~”

몇 번씩 다짐을 받는 친구의 함박웃음은
고향 앞산에 핀 진달래처럼 붉게 피어났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참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지난 해 저는
몇 가지 주님 일을 맡아 감사하며 한 탓인지
생각지도 않았던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어, 고들빼기랑 김장김치를 좀 주고 싶은데 김장 했어요?”

그녀와는 눈인사만 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분홍 보자기에 싼 한통의 김장김치와
작은 통의 고들빼기는
주님이 그녀를 통해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관계맺음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부활절을 맞아
달걀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예뻐서 계속 들여다보고만 있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도
담장 아래 핀 분꽃처럼 붉게 피어났을 겁니다.

그래서 또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이제는 지나가버린 내 어린 그 시절
싸리빗자루 둘러메고
살금살금 잠자리 쫓다가
얼굴이 발갛게 익어 들어오던 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먹을 것 없던 날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유년이 그리워질 때면 습관처럼
이 시가 떠올라 흥얼댑니다.
가난했던 그 시절이 이토록 그리운 것은,
보물처럼 반짝여주던 친구들과
따스한 이웃이 늘 제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지요.
시간의 속도감을 탓하며 바쁘게 뛰고 있는 저는,
정작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나치지는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아름다운 사월에
소중한 이들과 손잡고 떠나는 진달래 소풍이
모두에게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4월 30일 '말씀의 이삭'란에 올리며..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 사월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