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e 2006. 1. 15. 12:16


요며칠은
완연한 봄인 줄 알았어
꽃 향기가 날것 같아 둘레둘레 거렸어
바람도 없고,
손도 시리지 않았지.
'아! 그래서 걷는게 참 좋았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둣빛 봄이..
이렇게 금방 오려나봐!'

엇그젠 걸으면서
생각속에 빠져서 보냈어
그래선지 오후내내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지.
쌤이 그러셨어
글이 나를 거부할 때가 있다고
너무 자주 놀아주지 않아서
분명,
얘들이 화가 단단히 났었나봐
그날은 정말 시간은 가고,
생각은 멈추고,
그러다 포기하려고 잠을 자려했지,
피곤한데 잠도 안오드라고.
결국, 느슨한 마음으로
영화를 꺼내고 드러누웠어
무언가 아이디어를 찾을 까 하고말야.
작품 속에서 나를 만났어
얼마나 감사했던지..

그때 알았어
생각과 집착,
마음에서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나를 바꾸고, 해내게 하는건지...
웃을 수 있었어
다시 나를 챙기고
숨쉬는 공기와 하늘이
사랑스럽게 다가왔지
'아! 감사해!
나의 주님은 이렇게 나를...
그거말야,
아는 사람은 알거야
그때 느끼는 그 기분...'

새해에 늘어뜨린 계획들이..
얼마나 많은지...
수험생도 아니고,
조금 느슨하게 풀고 있지만
그래도 다섯가지 중에
세개는 꼭 하게 되드라고..

걱정했던 예지랑 통화했고
철없는 엄마처럼 굴었어
보고싶었고,
딸 아이가 있는 곳에 달려가고 싶었지
아름답다는 그 나라..
그러면서 더 그리운 이곳..
떨어져있으면서
소중함을 더 알게 되었지싶어..

'아, 배고파!'
수지가 일어나면 엄마집에 다녀올거야
엄마는 뭐든 주고 싶은건지..
이것저것 챙겨놓고 가져가라고..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먹고싶어
아침도 거르고 있는 나
일이 더 많아진 이 사람!
저녁엔 맛있게 해물탕을 끓여야지..

포럼방에 메인 노래 바꾸고,
수녀님 리플달고,
언니들에게 연락하고,
오후엔 숙제하며 영성속에서
깨달음을 찾아야지..
내일이 지나면
또 후루룩~ 가버릴 일주일..
어서 일어나 시작해야지..
벌써 시간이...

어제 오후내내
햇살이 들어온 거실에 누워
앤을 만났어
콩콩 뛰는 가슴을 붙잡고 웃다가 울다가~
난 왜 이렇게 앤이 좋은걸까..
오후내내
연둣빛 봄물에 푹 젖었었지...
'봄빛이예요!' 란 메세지속에
초록이파리 싱그럽게 커튼에
박혀서 생글댔었지...

오늘 오후도,
'봄날'이었으면 좋겠어.
노란 기운을 들고 오는 봄날말야~





여전히 전나무 뒤로 해가 뜨고
정원에 연분홍빛 꽃봉오리가 피어오르자
이전의 기쁨이 밀려들고,
다이애나가 찾아와 명랑하게 해주는 얘기에
즐거워 웃고 떠드는 것이 왠지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이 일었다.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세상과 사랑과 우정은
조금도 변함없이 앤의 상상력을 채워 주고
감동을 불러 일으켰으며, 아직도 인생은
집요한 목소리로 앤을 불러댔다.

...매슈 아저씨가 떠난 후 앤이 슬픔에
충실하지 못하고 자책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