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다시 그 가을 숲길을 거닐며..
cecil-e
2005. 11. 5. 19:55

지난 주 해질 무렵이예요.
숲길을 따라 산길을 걸어 집으로 가려고 숲으로 들어갔어요.

다시 얼마전에 걷던 그 숲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며 들어갔지요.


오르는 길에 나무 지붕사이로 하늘이 조각조각 나 있었구요.
그 사이로 바람과 햇살이 들어와 야생풀들이 삐죽삐죽 일어서고 있었지요.
아마,한 달이 지났나봐요.
제가 걸어오는 그 산길엔 눈에 익숙한 꽃과
나무랑 나무의자 운동하는 운동장,싸리나무
개망초 그리고 뱀딸기랑 나팔꽃, 싱그러운 공기..
이 모두가 잘 있는지 안부도 그리웠는데
여전히 잘 있드라고요 아직은...


제 눈에 걸리는 저 위의 잎들이 아직은 초록이여서
저도 모르게 혼자 피식~ 웃었어요.
땅 아래 서둘러 떨어져 내린 갈색 이파리들 보며
'너네들 왜 그랬어? 조금 더 있지 않고선...'
안스러움에 혀만 찼는데요.
그랬어요. 일주일 전만 해도 초록이 군데군데 있었거든요.





나팔꽃들도 화사하게 웃고 있었고요.
뱀 딸기도 고개를 쳐박고 고독(?ㅎ)한 척 하고 ㅋ
다시 일주일이 된 그 날...
노랗게 노랗게 물든 숲속 풍경속에서 예쁘다고 좋아하기 보다는
'아~ 숲이 하루하루 떠날 준비를 하는 구나 그래서 수런거리는구나.. '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스산하데요.

어스름 저녁 시간이어서 일까요?
여러 빛을 어우르며 내려놓는 흐린 빛깔의 공기와
어두워지는 깜깜함을 숲숙친구들은 무슨 생각하며
만나게 될까...두려울까...더 수런거릴까...
뭐~ 그러면서 바라보는 데
낮게 내려 온 햇살 한 뼘을 붙들고
찬 몸을 부벼대는 잎들이 안스럽기도 했지요.
공중을 휘도는 찬 공기가 어둠과 같이 빠르게 와서
빨리 가야겠다...하며 서둘러 걸었어요.

지나다 만난 얘내들은...양철 벽이 차가와서인가...외로워 보였고요.


안 밟고는 걸을 수 가 없을만치 밟히는 이파리들...
안도현님의 '갈참나무이야기'를 생각나게 했지요.
얘들도 나무에게 말하고 있을 까요?
"네 안에 난 고요히 숨어 들거야
너는 나의 희망이야, 내 생명이고, 꿈이라고..
봄 되면 새로운 싹을 내고,
우뚝 서서 내 동생들이 연둣 빛으로
녹음 속에서 기지개 켤 수 있게 해 줄거지?"
이렇게 속삭이고 있을까요?



떨어지 고동빛 이파리 따라 온 제가 머무는 자리...
초록의 기운을 잃고 노랗게 가을 빛이 가득 와 있었어요.
어느 새.. 어느 새... 말이예요.


가만히 눈감고 돌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었어요.
예전에 들으며 따라 부르던..
'거리엔 가로 등불 하나 둘~'
그 날도 혼자 흥얼대다보니 어둑어둑 해진거예요.
아~왜이리 시간은 빠르게 가는지요.
떨어진 이파리들...보다가 얼른 일어났어요.
제가 앉았던 돌의자에 두루루~올려놓고는
나뭇잎 글씨를 써봤어요.

'가을' 이렇게요..

다시 일주일이 지나가면 풀썩거리는 이파리카페트만
마른 가지아래로 쓸쓸히 떨어져 있겠지...하며 일어섰습니다.
'10월이 갔듯이 11월도 금세 가버리겠구나...'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