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상의 하루..
지하철 안에서 만난 하루살이..
cecil-e
2005. 10. 13. 21:20

내게서 입에 문 포도 향을 맡은 것일까
이 놈이 자꾸만 내 주위를 맴돌더니
내가 읽는 책안으로 들어왔다.
녀석 참~
지하철은 어째 탄거야
지가 그림은 볼 줄 아는게야?
더듬더듬 겁도 없이 잘도 걷더니
마티스의 금붕어들과 얘기를 하나보다.
유리컵 속에 있는게 답답해 보인걸까
아님 빨강 빛이 매혹적이어서 일까
굼실굼실 거리더니
다시 흰 여백까지 깨끔 발로 판을 치고 돌아다닌다.
녀석 많은 사람들이 시끌 거리는데도 아랑곳 없다.
알전구 파는 아줌니가 불을 켜대며
직각으로 하면 빛이 정확하고 어쩌고
아까부터 목 터지게 소리쳐도 모두 건성이다
하긴, 녀석도 듣는 둥 마는 둥인데...
어라~
이젠 내 머리에 까지 들러 붙으며 걸어다니드니
옷속까지 파고들 참인게다.
녀석, 아침에 풀향기 조금 뿌려댄 걸 아는건가
어떠냐?
달콤하냐?
녀석아 너 이러다 날 저문다
어서 휘휘돌아 세상 더 날으렴
네가 다녀 간 흔적은 남겨야 할 거 아니냐
.
.
.
지하철 안에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 있는데
녀석이 이랬다.
지금 이 어둠 속 어디에 있을까..